"도와줘 봐야.." 착한 일본인은 없다?..왜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이동준 2021. 6. 2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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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직접 말을 걸면서까지 도움 주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컨대 지하철 계단에서 유모차를 힘겹게 옮기는 여성이 있는 경우 한국에서는 먼저 다가가 도움이 필요한지 묻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일본에서는 이를 보고도 못 본 척한다는 의견과 굳이 나서 도움 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이같은 모습은 다른 사람의 일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 이러한 이유도 있지만 이면에는 일본인 특유의 ‘타인 공포증’이 이같은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와줘 봐야…”

최근 일본 동양경제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기사가 크게 이슈화했다.

내용은 유모차를 힘겹게 옮기는 여성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말 걸어 도움을 주자는 좋은 취지의 기사였는데 댓글에는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쏟아졌다.

기사를 본 이들은 “도움 줬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손해배상이 청구된다”, “도와주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예의 없게 거절하는 게 싫다”,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친절을 베풀면 의심받는다”, “문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등의 냉담한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일본에서는 도움받는 입장이면서도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거는 게 싫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일부 있다. 이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나서지 못하게 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한 예로 지하철에서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자 노인이 이를 거절하며 되레 기분 상하는 말을 했다는 경험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신문은 “상대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적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기자가 일본에서 생활했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노인은 화를 내 거나 기분 나빠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괜찮다”며 서서 가길 고집했다.

좋은 마음에 도움을 주려 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이 거절 또는 되레 불편한 기색을 보이니 “도와줘 봐야..”라는 생각이 확산하게 되고 그 결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서도 도움준다고 말을 못 하게 되는 것이다.

선의를 베풀었지만 돌아오는 반응이 냉담하거나 거절이 일상화한 사회라면 굳이 먼저 나서 도움 줄 필요가 없게 된다.

◆착한 일본인은 없다?…왜

신문은 “거절당하기 싫다”는 감정에 빠져 권유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모습을 ‘극단적인 위험회피 지향’이라고 했는데 상대의 어려움을 느끼지 못해 돕지 않는 게 아닌 상대의 기분을 너무 의식해 거절을 두려워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 예로 각종 범죄로 각박해진 요즘 남성이 여성 또는 어린아이에게 말을 걸면 상대가 ‘혹시나’ 하는 의심을 하며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등의 행동을 할 것으로 미리 짐작해 애초에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런 모습은 ‘각박한 사회’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데 여기에 더해 여행 전문 사이트 익스피디아가 기내에서 옆자리 승객에게 말을 거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일본은 단 15%만이 해당해 친근함 없는 국가 1위라는 불명예를 거머쥐었다. 이어 홍콩(24%), 독일(26%), 오스트리아(27%), 한국 (28%)이 하위권을 기록했다.

이같은 ‘타인 공포증’은 모든 일본인에게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다만 그 수가 다른 나라보다 많은 건 사실이다.

신문은 이같은 현상을 세대가 함께 생활하는 환경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가 줄고 핵가족화, 도시화에 따른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힘들게 한다고 봤다.

신문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 줄 일은 없나’라고 묻고 도움받은 뒤에는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말 한마디가 사람이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들이고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하는 것이 이러한 현상을 만든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도움이 필요할 땐 거절이 앞서기보다 받은 후 감사하단 인사가 이어진다면 지하철 계단에서 유모차를 힘겹게 옮기는 여성을 못 본 척 지나가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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