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은 늘었는데 '공사'는 멈췄다.."철근 좀 구해달라"

황현규 2021. 6. 22. 14: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주택 착공, 작년보다 40% 늘어
철강값 13년 이래 가장 비싸.."구할 수도 없다"
노조파업으로 대구에서만 150곳 공사 중단
"정부 적극 개입 필요" 목소리 커져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대구 남구의 한 오피스텔 공사는 이달 초부터 골조 공사를 멈췄다. 골조 공사의 핵심인 철강을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래미콘 운송까지 막혀서다. 대구시 관계자는 “철강값이 너무 비싼데다가 중소 건설사는 이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14일부터 대구 래미콘 운송 노조가 파업하면서 골조공사에 반드시 필요한 래미콘 수급까지 어려워지면서 건설사가 ‘일시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작은 공사 뿐 아니라 큰 공사까지 지금 빨간불”이라고 말했다.

철근 등 자재난이 지속화되면서 공사를 멈춘 현장이 늘고 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노조까지 파업하면서 지역 전체 공사가 멈춘 상황이다. 심지어 주택 호황기를 맞아 올 초 착공한 공사 건수가 작년보다 40% 가까이 증가하면서, 공사 차질의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한 공사장. 사진은 기사의 특정 표현과 연관 없음 (사진=연합뉴스 제공)
역대급 철강 가격에 대형 건설사도 위기

22일 국토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철근과 래미콘 등 수급 불안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중단 된 공공발주 공사는 390건에 달한다. 민간 발주사업은 30건으로 집계됐는데,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즉 공공발주와 민간발주를 합해 최소 420여곳의 공사장이 멈춘 셈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민간 발주 사업은 시행사 하나하나 다 확인해야하는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파악하긴 어렵다”면서도 “최소 30건이며 이보다 2~3배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원자재 중 가장 불안한 수급을 보이는 건 바로 철근이다. 철근은 공사의 기초가 되는 골조 공사 뿐 아니라 부수 공사에까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원자재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7대 제강사 철근(D10㎜)의 유통가격은 톤당 135만원을 기록했다. 올 초 70만원 초반이었던 국내 철근 가격이 5개월 새 2배 가까이 뛴 것이다. 국내 철근가격이 100만원을 넘어선 것은 2008년 이후 13년 만이다.

건설공사비지수도 지난해 말 하반기 이후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반전된 상황이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공사를 할 때 드는 비용을 나타내는 수치로 원자재 값 변동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쓰인다. 올해 3월 건설업공사비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7% 증가했는데, 이는 2009년 4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상황이 이렇자 비교적 철근난에서 자유로웠던 대형건설사들도 위기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대형사는 매년 초 자체적으로 제강사와 계약을 맺어 착공 일정에 맞춰 철근 물량을 확보해놓는다. 유통사로부터 그때 그때 철강을 공급받는 중소 건설사보다 비교적 원자재난에서 자유로웠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공사가 중단된 사례는 없지만, 벌써부터 철근 수급 일정이 조금씩 지연된다는 현장 이야기가 들리긴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제공)
건설 호황에 ‘착공’은 도리어 늘었다…피해커질 듯

여기에 더해 노조 파업까지 이뤄지면서 지역 건설 현장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대구의 래미콘 운송 노조는 지난 14일부터 대구지역 전체 건설현장에 대한 파업에 돌입했다. 레미콘 제조사 측이 운송노조의 운임 인상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형 건설 현장 130곳, 소형 사업장 20곳의 공사가 멈췄다. 이날 기준 한 제조사가 노조와 협상에 성공하면서 대략 10곳의 사업지만이 공사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자체가 중간에서 협상을 재개하는 등의 노력을 하겠지만 사실상 이해관계자들의 문제라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노조 갈등 뿐 아니라 원자재난 등이 장기화 될 조짐이다. 심지어 올해 착공한 공사가 지난해보다 40%가량 늘어나면서 그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착공에 나선 주택은 17만 4287호 수준으로 전년 12만 3217호보다 41% 증가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경기 호황기를 맞아서 건설사들이 착공 일정을 앞당기면서 이례적인 착공 물량이 나왔는데, 결국에는 원자재난으로 공사 차질이 불가피해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수급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제안한다. 중소 건설사로 철강을 유통하는 유통사의 매점매석 단속과 함께 해외 철강제 수입 활성화가 그 방안이다. 박한철 건산연 연구위원은 “도미노처럼 건설 공사가 중지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가 철강 수급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 과정에서 사재기 등의 불법행위가 없는지를 따져봐야한다”며 “또 제강사의 최대 생산을 독려해야한다”고 했다. 한상준 건협 원자재파트 부장은 “해외에서 들여오는 철강제에 대해 관세 면제를 해주는 등의 특단의 조치도 고려해야한다”고 했다.

황현규 (hhkyu@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