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트럼프流 통화 방출 시대 끝났다

기자 2021. 6. 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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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美 FOMC 수십年만의 중대 결정

물가 인상으로 금리 인상 강제

시점→기간 기준 바꿨지만 한계

통화 풀기만 해 자산 버블 심각

지난 4년 간 Fed 불만도 커져

저금리 종말과 인플레이션 대비

하버드대 총장이었고 재무부 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교수는 며칠 전에 끝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해 지난 수십 년 회의 중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most important meeting)였다고 평가했다. 이 시대 경제학자 중 탄탄한 학문적 실력과 행정 경력을 동시에 지닌 사람으로 평가받는 그가 이번 회의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이유는, 고집불통이면서 미적거리기만 하던 연방준비제도(Fed)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공식화했다는 데 있다.

지난 17일 Fed FOMC 회의 결과를 보면 확실히 지난 4월 회의와 달라졌다. 지난 3월만 해도 올해 인플레율을 2.4%로 예상하던 Fed 위원들이 이번 6월 회의에서는 1%포인트나 높은 3.4%로 예상했다. 1.8%로 예상했던 지난해 12월에 비하면 거의 2배로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높아진 셈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Fed 의장 제롬 파월의 입장 변화다. 지난 3월 회의까지는 줄곧 공급 애로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인(transitory)’ 인플레이션이라고 우기던 그가 이번에는 더는 그 말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 생각보다 오래간다는 점에 대해 특별한 우려를 표명했다.

Fed의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2.4%에서 3.4%로 1%포인트 높아졌다는 점이 중요한 것은, 반드시 Fed가 기준금리를 올려야만 하기 때문이다. 법에 따라 Fed는 반드시 물가안정을 달성시켜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다. Fed는 물가안정 목표를 2%로 설정했다. 2% 물가 목표를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따라서 법을 그대로 해석한다면 이미 2% 물가안정 목표는 실패한 셈이 된다. Fed는 이 문제를 교묘하게 피해 갔다. Fed는 2000년부터 소비자물가(CPI) 대신 개인소비지출물가(PCE 물가)로 관리대상지표를 바꿨고, 게다가 지난겨울에는 관리대상 물가지표가 ‘일정 시점’의 물가가 아니고 ‘일정 기간’의 물가라고 변경했다. 파월이 2018년 2월 의장이 되기 전에만 해도 Fed의 관리대상 물가는 일정 시점의 물가였다.

따라서 어느 한 시점에 목표 수치 2%가 붕괴될 조짐을 보이면 Fed는 즉각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펴면서 선제적으로 물가 압력을 제거하려고 했다. 재닛 옐런과 벤 버냉키가 그랬다. 그러나 2020년 말부터 통화정책 방침을 근본적으로 바꿔 ‘평균 2% 관리’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여기서 평균이라는 말은 약 1년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파월의 Fed는 일단 1년 정도 물가 통계를 지켜봐서 2%가 넘어선다는 것이 확실한 경우 그때 가서 통화정책을 바꾸겠다는 입장으로 퇴색한 것이었다.

오는 연말까지 PCE 물가가 계속 2%를 넘어선다면 그때 긴축통화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수수방관만 하는 Fed, 풀기만 하고 닫을 줄 모르는 Fed라는 비판이 시장에서 들끓었다. 그새 한편으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주식·주택·상품 및 비트코인 같은 자산시장 버블이 실제로 유발됐고, 다른 한편으로는 1970년대와 같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경고가 쏟아졌다. 지난 40년 중 Fed가 가장 무분별하게 통화를 남발한 기간이 파월이 의장으로 있었던 4년(2018∼2021년)으로 평가됐으며, 이 점에 대해 서머스를 포함한 많은 학자와 시장 실무자들이 불만을 표시했다.

그 방만한 통화 남발의 시대가 끝난다는 신호를 보인 것이 이번 Fed FOMC라고 서머스 교수는 본 것이다. 서머스 교수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이던 1995∼1999년 재무부 차관으로 있다가 1999∼2001년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 재무부 차관으로 있던 1997∼1999년 지금 재무부 장관 옐런은 대통령 경제자문의장이었다. 두 사람의 개인적인 친분과 학문적 교류는 매우 깊고 오래다. 서머스가 과잉유동성과 1970년대식 인플레이션을 우려한다면 옐런은 과잉유동성과 2008년식 자산시장 버블을 걱정해 온 사람이다. 이제 Fed는 더는 도널드 트럼프류(流)의 무한방출 Fed일 수가 없다. 금리를 얼마나 빨리 올리고 인플레이션과 자산시장 버블을 어떻게 질서 있게 예방하느냐가 Fed와 옐런의 의무가 됐다. 이런 새로운 의무를 달성하기 위해 Fed의 의장과 상당수 이사가 조만간 교체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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