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목적 국한된 국내 우주산업, 국방·안보 수요 업고 연 30조원 규모로 육성"

고재원 기자 2021. 6. 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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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뉴스페이스 시대, 국내 우주산업 육성방안' 토론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 1단 종합연소시험을 참관한 뒤 박수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7대 우주강국도약의 비전을 발표했다. 고흥=연합뉴스 제공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사일 지침’이 해제되면서 민간과 과학 목적으로만 국한되던 국내 우주 개발에서 안보 목적에 기반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입니다. 2019년 기준 3조원 정도인 국내 우주산업 규모를 연간 30조원 규모, 최소 10배 이상으로 육성할 것입니다.”

김기근 국방과학연구소 제2기술연구본부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승래·기동민 의원실 주최로 열린 ‘뉴스페이스 시대, 국내 우주산업 육성방안’ 토론회에서 “우주는 이제는 평화나 호기심 영역이 아닌 국가 생존을 위한 안보 전략의 영역”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우주 감시와 우주 정보지원, 우주발사, 우주 대응 분야에 활용할 위성과 고체추진 발사체, 레이더 기술 등에 대한 수요로 국내 우주 산업의 내수시장 기반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1979년 국산 탄도미사일 ‘현무’의 모체가 된 ‘백곰’ 미사일 개발사업 이후 만들어졌던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중량에 대한 제한이 모두 사라지게 됐다. 한국의 미사일 주권을 완전히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개발을 시도할 수 있는 우주발사체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며 액체연료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다양한 종류와 크기, 목적을 지닌 우주발사체가 개발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감은 국방 분야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김기근 본부장은 이날 ‘국방 우주 기술 발전방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미사일 지침 해제는 한국의 전략 기술 능력을 우주를 통해 실현하고 이를 시연해 국제 비확산 모범국으로 한국의 능력과 입지를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전환점”이라며 “중국과 같은 우주 강국의 등장과 북한이라는 한국의 안보환경 특수성 때문에 국방과 안보 목적의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미사일 지침해제 후속조치로 대대적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미사일연구원 등 3축 체제를 확립하고 연구개발 부서를 국방우주기술센터 등 6개 기술센터로 재편했다. 이번에 신설된 국방우주기술센터는 국방부의 국방우주전력 건설 방향과 방위사업청의 국방 우주기술개발과 우주 산업화 전략에 따라 국방 우주기술을 연구하는 임무를 맡았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이날 축사에서 “이번 미사일 지침 종료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정찰위성 등 우주전력을 지속해서 증강하고, 우주에서의 합동작전 수행 체계를 정립하여 전방위 우주 위협에 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기근 본부장은 이 같은 우주 분야 국방안보 수요를 통해 국내 우주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범부처적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의사결정 레벨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나 총리급 격상이 필요하다”며 “우주개발 전반을 관장할 수 있는 범부처 상설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부처적 우주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법이나 규정 근거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민간의 우주산업을 참여하기 위한 이익 보장과 투자를 유발할 수 있는 법과 규정,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현재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에 따른 사업의 경우, 참여 기업의 이윤보장이 되지 않아 장기적 전략 수립이 곤란하기 때문에 연구개발과 양산 개념 분리가 필요하다”며 “조달과 국방사업은 실비용과 이윤을 보장하나 우주사업은 연구결과물을 정부가 공공목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개발 원가 보장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획정책본부장과 김기근 본부장의 주제발표 후에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과 원종대 국방부 전력정책관, 고상휘 한화 방산 부문 상무,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위원이 참여하는 패널토론도 진행됐다.

안형준 연구위원은 "한국의 우주개발 역량이 유아기를 지나 어른으로 성장하려는 청소년 시기 정도에 비유할만큼 성장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체계와 제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은 “역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우주개발 의사결정 체계와 제도는 아직도 30년 전 우주 개발을 처음 시작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청소년이 아직도 어린아이의 옷을 입고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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