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진화 지침: 많은 양의 물 사용"..소방서, '한달 쓸 물' 부었다

지난 2020년 12월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테슬라 모델X 롱레인지 모델이 벽에 충돌 후 불타고 있다. 독자 제공

작년 12월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테슬라 모델 X' 전기차에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당시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NBC가 미국 소방관들이 전기차 화재를 진화하는 데 무리를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N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17일 오후 9시 30분쯤 텍사스주에 위치한 휴스턴 외곽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테슬라 모델 S’ 전기차에 불이 붙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은 즉시 불을 껐지만 잔해 아래쪽에서 작은 불꽃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소방관들은 바로 불길을 잡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점화됐다. 이에 해당 전기차를 완전히 진화하는 데 소방관 8명이 투입돼 총 7시간이 걸렸다. 사용된 물은 10만ℓ에 달한다.

NBC는 10만ℓ에 물은 일반적으로 담당 소방서에서 한 달 동안 쓰는 양이며 미국의 평균적인 가정에서는 약 2년 동안 쓸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보통 내연기관 차량 한 대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는 데는 1100ℓ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기차에서 난 불을 진화하는 데 100배 가까운 물이 드는 셈이다.

이에 NBC는 전기차 화재 진압이 어려운 까닭은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많은 에너지 때문이라고 밝히며 ‘테슬라 모델 X’ 전기차 배터리에는 보통 미국 가정에서 이틀 이상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세계 1위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내놓은 진화 지침은 “배터리를 식히기 위해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할 것”, 적은 양의 물로 진화하려 하지 말 것”이다. 그러나 미국 소방관들은 이 같은 지침이 실제 현장에선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5월 ‘테슬라 모델 S 2014년식’ 전기차 화재를 진압한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시 소방서장 스티븐 골란은 “테슬라 매뉴얼에는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한다고만 나와 있을 뿐 배터리 에너지를 어떻게 제거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작년 말 전미교통안전위원회도 보고서를 발표해 모든 자동차 제조사의 전기차 화재 초기 대응 매뉴얼이 부실하다고 밝혔다. 차량 충돌로 인해 차량 내 자동 전류 차단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때 어떻게 화재를 진압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위원회 측은 차량별로 각각의 세부 지침도 없다고 언급했다.

팔머 벅 소방서장은 “늘어난 화재 진압 시간은 작은 소방서에서 지나치게 큰 부담”이라며 “물의 양보다 중요한 것이 시간”이라고 밝혔다.

한편 작년 12월 서울에서도 ‘테슬라 모델 X’에 불이 붙었다. 해당 자동차는 배터리가 다 탈 때까지 연기와 불꽃이 20~30분 간격으로 발생해 화재 진압에 총 5시간이 걸린 전적이 있다. 또한 대한민국 소방청 자체 조사 결과에서는 최근 5년간 전기차 관련 화재가 연평균 41.4%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민선 온라인 뉴스 기자 mingtu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