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모두가 함께 가는 녹색 경제로 전환하자"

임형두 2021. 6. 2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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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 촘스키·로버트 폴린의 책 '기후 위기와 글로벌 그린 뉴딜'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지난 5월 말 서울에서 개최된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은 포용적인 녹색회복과 탄소중립, 민관협력을 약속했다.

'포용적인 녹색회복을 통한 탄소중립 비전 실현'을 주제로 한 이번 정상회의에서 유독 강조된 단어는 '포용적'이었다. 선진국들이 녹색 성장에 앞장서고 개발도상국을 적극 돕겠다는 의미다.

지금 인류는 전에 없던 위기를 맞고 있다. 역사상 완전히 새로운 기후 위기다. 에너지 생산을 위해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쌓이면서 세계 모든 지역에서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폭염과 호우, 가뭄 증가와 해수면 상승, 생물다양성 감소를 야기한다. 이로 인해 건강과 생계, 식량 안보, 물 공급도 영향을 받는다.

다른 한편에선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주장도 나온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미국이 특히 그렇다. 그 대표적 주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그는 지구온난화를 '속임수'라고 무시하며 오바마 정부 당시 미국을 포함한 195개국이 비준한 2015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해버렸다.

지난해 9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관계자들이 '글로벌 기후 행동의 날' 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5월 열린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서울선언문이 공개되자 화상으로 박수를 치는 각국 정상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적 석학이자 사회 참여 지식인인 놈 촘스키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는 지난해 저명한 진보 경제학자 로버트 폴린(매사추세츠대학 석좌교수)과 만나 인류의 생존 매뉴얼이라 할 수 있는 글로벌 그린 뉴딜에 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 '기후 위기와 글로벌 그린 뉴딜'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된 책은 그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두 학자는 기후 위기의 방치로 초래될 파국적 결말을 경고하고, 변화를 위한 현실적 청사진으로 그린 뉴딜을 제안한다. 더불어 녹색 경제로 전환하면 경제난과 실업이 발생할 거라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이런 두려움이 어떻게 기후변화 부정론을 부추기는지도 보여준다.

저자들은 "기술적·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린 뉴딜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온갖 기술적·경제적 걸림돌보다 더 만만찮은 장애물이 따로 있는데, 그건 바로 전 세계 화석연료 산업이 확립한 거대 기득권이란다. 따라서 그에 대항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 의지를 결집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번 책은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제시한다.

제1장 '기후변화의 본질'은 지구온난화의 위기를 인류가 과거에 직면했던 다른 위기들과 견줘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미국의 정치·경제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시장 주도의 기후 위기 해결책들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현실성 있는 기후 안정화 달성을 위해 기존의 산업형 농업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제2장 '자본주의와 기후 위기'에서는 자본주의와 환경 파괴, 기후 위기의 관련성에 대해 논의하고, 아울러 자본가들의 집요한 이윤 추구 열망이 기후 안정화라는 지상 명제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통찰한다. 또한 지금까지의 정치적 행동이 기후 위기 해결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이유도 찾아본다.

제3장 '글로벌 그린 뉴딜'은 녹색 경제로 성공리에 전환하는 데 필요한 계획을 설명하면서 이 계획이 어떻게 지난 40년간 신자유주의 물결이 만들어낸 불평등에 맞설 보루가 될 수 있는지 탐색한다. 마지막 제4장 '지구를 구하는 정치 결집'에서는 녹색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한 투쟁에서 생태사회주의가 시민을 결집하는 정치 이데올로기적 비전이 될 수 있는지 등의 문제를 다룬다.

이달 중순 영국 콘월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재확인됐듯, 지구촌은 2050년 탄소중립 의지를 거듭 다짐하고 있다. 향후 30년 이내에 화석연료를 태우는 일을 멈추자는 것.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요건은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향상하고 기회를 늘리는 방식으로 이를 이행한다는 거다.

저자들은 그린 뉴딜 계획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게 화석연료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와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것이라면서 기후 위기에 진정 효과적으로 맞서려면 기존 산업 안에 있는 '사람들'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저자들이 제시한 그린 뉴딜 프로젝트의 선결 요건들이다.

첫째,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을 45%로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달성할 것. 둘째, 에너지 효율 기준을 끌어올리고 태양에너지와 풍력 등 청정 재생 에너지원의 공급도 급격히 늘림으로써 세계 모든 지역에서 녹색 경제 전환을 이끌어낼 것. 셋째, 녹색경제 전환과정에서 화석연료산업 종사자 등 취약계층이 실업의 고통과 경제적 불안정의 우려에 노출되지 않도록 할 것. 넷째, 지속 가능하고 호혜 평등한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추구함으로써 취업 기회 확대와 전 세계 노동자와 빈곤 계층 등 대중의 생활수준 향상이라는 기후 안정화의 중요한 목표를 놓치지 말 것.

이종민 옮김. 현암사. 224쪽. 1만5천원.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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