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메 시돔은 3쿠션 WGP에서 '죽창' 한방을 벼른다

2021. 6. 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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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겨서 '이집트 왕자', 조기탈락에 '뻥튀기'..두 이미지 공존
2019년 세계선수권 3위 입상 후 또 한번 대어 낚을까
사메 시돔이 3뱅크 샷을 한 뒤 수구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 [파이브앤식스 제공]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세계캐롬연맹(UMB)의 세계랭킹제도는 해마다 열리는 세계대회를 규모별로 차등해서 입상순위에 따라 쌓은 포인트를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면 120점, 한해 4~6회 열리는 월드컵을 제패하면 80점을 받는다. 대륙별 대회인 아메리카, 아시아, 유럽, 중동-아프리카의 컨페더럴챔피언십도 월드컵과 같은 80점이며, 자국선수권은 30점을 받는다.

대륙별 안배가 이뤄진 구조이지만, 바로 여기에 맹점이 있다. 선수층이 얇은 중동-아프리카의 선수들의 경우 컨페더럴 대회와 자국 선수권에서만 호성적을 거두더라도 제 실력보다 세계랭킹을 높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수혜자가 이집트 당구의 총아 사메 시돔(34·이집트)이다. 거의 매해 컨페더럴과 자국 선수권을 우승하며 얻은 110점을 깔고 가는 덕에 2015년부터 랭킹 8~1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월드컵 32강 본선시드권이 주어지는 14위 내에 늘 든다. 그런데 정작 월드컵 성적은 바로 32강 1회전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어쩌다 한번씩 16강전에 진출할 정도로 신통치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려한 외모와 자상한 언행으로 ‘이집트 왕자’란 별명이 있는 시돔에게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어 있다. ‘뻥튀기’라는 오명이다. 일반 팬은 잘 모르지만 선수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내 한 유명선수는 “본선 32강에서 시돔을 만나면 ‘개꿀’이라고 다들 쾌재를 부른다”고 귀띔한다.

세계 탑랭커들이 총출동하는 이번 ‘월드 3쿠션 그랑프리’(7.1~18 원주 인터불고호텔)에서는 과연 어떨까. 그도 여느 경쟁자처럼 이번 대회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서면 인터뷰에서 “매일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국제대회에 돌아와 경쟁하기는 오랜만이어서 매우 고무돼 있다. 모든 선수들이 참가해 팬들을 위해 멋진 쇼를 펼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코로나로 인한 공백은 선수들에게 치명적이지만, 새로운 장비에 적응할 시간은 많아진다. 프래데터 SP2 CRM 오럼(Aurum) 큐를 사용하고 있는 그는 최근 상대(샤프트)를 카본 소재의 레보 3C-U로 교체했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이제는 적응을 끝냈다”며 “디플렉션(스쿼트)이 줄고 파워는 늘었다”며 자신의 강점인 1적구 두께 정확성에 도움이 된다며 만족해했다.

외모와 배경 덕에 ‘이집트 왕자’로 불리는 사메 시돔 [파이브앤식스 제공]

알려진대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하나 더 갖고 있는 시돔은 집안도 좋다. “아버지는 여행업을 했고, 지금은 개인 당구 클럽을 갖고 있어요. 어머니는 은행가입니다. 남동생 파디도 치과의사인데 미국에서 결혼해 살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모일 때는 가족 소유의 홍해를 바라보는 패밀리 비치 하우스에서 함께하는 것을 즐깁니다.”

그는 동료 선수중 다니엘 산체스(스페인)를 가장 뛰어난 선수라고 꼽는다. “산체스는 소년시절부터 가장 좋아하던 선수였어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산체스의 멘토십으로 열린 트레이닝 캠프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든 직업적으로든 거기서 많이 배웠지요.” 그러고보니 둘 사이 공통점이 있다. 산체스도 지금은 ‘가가멜’로 불리지만 30대 초반만 하더라도 앳된 외모와 나긋나긋한 품성으로 귀공자로 통했다.

시돔은 3쿠션은 한국뿐 아니라 남미와 유럽 몇몇 국가에서 인기가 높다면서 자국 이집트에서 비인기 종목으로 남아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이집트 내 3쿠션의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프로모션과 홍보를 하고 있다며 사명감을 감추지 않았다. 3쿠션에 대한 애정을 담은 다큐멘터리필름도 수년에 걸쳐 제작했다고 한다.

참, 그의 최근 페이스에 대해서 마저 소개해야만 하겠다. 그는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눈치밥을 먹으며 서서히 실력을 키워오다 이젠 대형 대회에서 종종 ‘죽창’ 솜씨를 보이고 있다. 시쳇말로 ‘죽창을 찌른다’고 하는데, 이는 강자에게 치명타를 먹인다는 의미다.

4년마다 열리는 당구 월드게임즈 2017년 폴란드 브로츠와프 대회에서는 현 세계랭킹 1위 딕 야스퍼스를 이기고 3위에 올랐다. 2019년 세계선수권에선 1라운드에 한국의 ‘차세대 에이스’ 조명우를 꺾고 올라가 결국 3위 입상했다.

“최선의 경기를 하는 것이 제 목표예요. 만약 당구의 기록에서 어떤 것이든 신기록을 낼 수 있다면 멋진 일이지만, 마음에 두지는 않아요. 2015년 세계선수권에서 연속 19점을 올린 적이 있어요. 그건 세계선수권 기록이죠.”

그가 이번 3쿠션 WGP에서도 죽창을 찌른다면, 그 희생양은 누가 될까. 아니, 죽창 수준을 넘어 인생의 한방을 보여준다면 그는 아마도 최소한 두 가지를 얻게 될 것이다. 하나는 우승 트로피, 나머지 하나는 그를 끔찍히 아끼는 같은 이집트 출신 파룩 바르키 세계캐롬연맹(UMB) 회장의 ‘덩실덩실 어깨춤’이다.

yjc@heraldcorp.com

2019년 이집트에 83년만에 3쿠션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3위)을 안긴 사메 시돔 [파이브앤식스 제공]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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