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제주만들기, 영세 식당 주인에 꿈과 도전 심어줘"

함지현 2021. 6.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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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esg 어떻게> (16)호텔신라
2014년부터 '맛제주' 함께한 박영준 제주신라호텔 셰프
"작은 재능 기부로 힘들어하던 식당주들 꿈 이뤄..감사"
메뉴 강화·SNS 홍보 교육 등 꾸준한 소통도 이어가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힘들게 지냈을 때는 하루하루가 힘들어 꿈조차 펼칠 기회가 없던 식당주들에게 꿈과 도전이라는 게 생겼습니다.”

박영준 제주신라호텔 셰프(사진=신라호텔)
신라호텔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맛있는 제주 만들기’를 추진 중인 박영준 제주신라호텔 셰프는 1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를 묻자 어려움을 겪던 영세 식당주들이 미래를 그리는 순간이라고 답했다.

한 예로 9호점인 해성도뚜리 식당을 들었다. 이 식당의 딸은 초등학교 때부터 무용에 관심이 많아 무용을 배웠다. 하지만 식당을 운영하면서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중학교 때부터 무용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식당주는 딸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못 시켜줘서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재개장 이후 매출이 늘게 되자 제일 먼저 딸이 무용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적극 지원해 지금은 서울 소재 대학교 무용학과에 진학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박 셰프는 “세계 여행이 목표라는 사장님의 여행 도전기, 내 집 마련이 목표라는 사장님의 내 집 마련기 등 본인들이 결코 이룰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일에 도전하고 목표를 이뤄내는 모습도 봤다”며 “우리의 작은 재능기부가 누군가에겐 큰 희망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1호점 ‘신성할망식당’ 오픈부터 지금까지 맛있는 제주 만들기를 함께하고 있다. 제주도 내에서 면세점과 호텔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는 사회공헌 활동을 고민하던 중 제주도를 비롯한 영세 식당 폐업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맛있는 제주만들기’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관광객들이 음식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는 점도 이런 결정에 한몫했다.

맛있는 제주만들기는 제주도청 주관의 선정위원회가 심의 절차를 거쳐 대상 식당을 선정하면 호텔신라의 요리·시설·서비스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TF(태스크포스)팀이 △음식 조리법 △손님 응대 서비스 △주방설비 등 메뉴부터 시설까지 전반적으로 새 단장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단순히 식당을 재개장만 해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며 유대관계를 쌓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중단되기는 했지만 프랑스의 엠마누엘 르노, 야콥 쟝 보어마 등 미쉐린 셰프들이 방문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2015년부터 맛있는 제주만들기 식당 식당주들이 자발적으로 ‘좋은인연’이라는 봉사 모임을 만들어 선순환 재능기부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다. 식당주들이 가진 고정관념과 몸에 밴 습관 때문이다. 대부분의 식당주가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거기에 오랜 기간 생활고로 인해 떨어진 자신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박 셰프는 이것이 식당주의 잘못이라기보다 그동안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고 교감으로 신뢰를 쌓으며 맛의 품질을 높였다.

재개장 당시에 전수했던 메뉴 외에도 변화하는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식당주들과 함께 새로운 메뉴도 지속 개발하고 있다. 매출현황, 식당주 건강유무나 가족행사 등에 대해서도 꾸준히 소통한다.

끊임없이 오르는 임대료를 감당하는 것 역시 여느 영세식당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은 최대한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홍보활동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홍보 전문가를 초청해 식당주들을 대상으로 음식 사진 촬영하는 방법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방법, 눈길을 끄는 SNS 등을 가르쳐줬다. 낯설지만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느낀 식당주들도 SNS 홍보에 적극 나서며 효과를 보고 있다.

유명 TV프로그램인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유사한 점이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 셰프는 “맛있는 제주만들기가 좀 더 일찍 시작했지만 영세 식당을 돕는 프로그램이 많이 확산했면 좋겠다”며 “맛제주는 메뉴 개선만이 아닌 식당 환경 개선·서비스 교육·메뉴 개발 및 조리법 교육 등 종합해결책 프로그램이라는 데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맛있는 제주만들기가 앞으로도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 셰프는 “제주도 한 바퀴를 돌아서 맛제주 지도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지역 주민과 관광객에도 큰 사랑을 받는 맛집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기업 봉사활동이 지향해야 하는 하나의 표본인 셈”이라고 말했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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