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착 4년… “바둑 보급도 결혼 생활도 행복합니다”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1. 6. 2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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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바둑] 일시 귀국 중인 김윤영 4단
캐나다 바둑계 유력인사 등극
2세 갖게 돼 내년까지 국내 체류
“매년 한 번 귀국해 대회 나올 것”
캐나다에서 바둑 보급에 매진 중 일시 귀국한 김윤영. 국내 단위는 4단이지만 해외에선 한국기원 정책에 따라 8단으로 활동한다. /한국기원

한동안 바둑계에서 안 보이던 여자 정상권 프로 기사 김윤영(32) 4단이 2년여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주 제1회 여자바둑마스터스 예선전이 열린 한국기원. 본선 진출권을 따낸 김윤영을 많은 선후배, 동료들이 에워싼 채 반겨주었다. 그동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캐나다에서 바둑을 보급한 지 벌써 4년이 지났네요. 2년 전에 이어 두 번째 일시 귀국 중인데 너무 즐겁습니다.” 그녀는 캐나다인 남편 마누엘 벨라스코(30)씨와 몬트리올서 살고 있다. 둘은 2015년 김승준 9단이 운영하는 국제 바둑 도장 비바(BIBA)에서 처음 만났다. 바둑에 미쳐 한국을 찾은 벽안 청년과, 영어 배울 목적으로 등록한 한국 여성 기사는 서로 첫눈에 반했다.

그녀는 2017년 6월 한국기원에 휴직서를 내고 캐나다로 향했다. 국제 바둑 보급이란 오랜 꿈을 실행에 옮긴 것인데, 사랑의 힘이 그녀를 피앙세의 나라로 이끌었다. 한국서 2년, 캐나다서 2년간의 열애를 거친 둘은 2019년 6월 캐나다서 ‘1차 결혼식’을 올렸다. ‘2차 결혼식’은 2020년 5월 서울서 갖기로 날짜까지 잡았었는데 코로나 사태로 2022년으로 미뤄졌다.

“이번 귀국도 코로나 때문이었죠. 작년 연말 캐나다는 정말 심각한 팬데믹에 빠졌었어요. 3개월가량 한국서 지내는 게 낫겠다 싶어 남편과 함께 귀국했죠.” 원래는 올해 3월쯤 돌아가려고 했는데 덜컥 임신 진단을 받았다. “8월 말 출산 후 1년쯤 몸조리한 뒤 내년 여름 캐나다로 복귀하기로 계획을 바꿨어요.”

김윤영은 지난 4년간 캐나다 바둑계에서 손꼽히는 유명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광활한 국토에 산재된 지역 바둑 협회들은 그녀를 초청하려고 매번 쟁탈전을 벌인다. 잇단 바둑 캠프 오픈, 뉴스레터 제작 및 배포 등 그녀의 기획이 연속 성공하면서 팬 수효가 크게 늘었다. 개인 방송의 일종인 트위치 구독자는 3만5000명에 달한다. “바둑을 각 지역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 과목으로 집어넣는 일이 당면 과제입니다. 돌아가면 그 일부터 마무리 지으려 해요.”

2007년 입단, 프로 14년 차인 김윤영의 바둑 이력서는 누구도 안 부러울 만큼 화려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단체전 금메달 및 혼성 페어 동메달의 주역이 김윤영이다. 아시안게임 바둑 경기는 그때 외엔 전무후무해 가치가 남다르다. 그보다 2개월 전인 10월엔 제4기 여류기성전서 우승, 타이틀 획득이란 소망도 달성했다. 캐나다행 직전인 2017년 여자바둑리그에선 10승을 따내 팀 리더로 활약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1년에 한 번, 2~3개월 정도는 꼭 한국에 오려고 해요. 부모님도 뵙고 동료 기사들과 ‘진짜 승부’도 겨뤄야지요.” 객지에서 지내다 보면 오프라인 호선(互先) 바둑을 둘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란다. 2019년 초 귀국해 3개월간 머물렀을 때도 10판 정도 공식전을 소화했었다. “그런데 AI(인공지능) 영향인지 이젠 쉬운 상대가 한 명도 없어요(웃음).”

한국과 캐나다, 어느 쪽이 주 활동 무대일까. 김윤영은 “두 마리 토끼 다 잡고 싶다”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활 터전이 된 캐나다 보급 활동이 아무래도 우선이겠지만, 일정 맞는 국내 대회에도 짬짬이 나와 우승 목표로 두려고 해요.” 극한의 승부사, 국경 넘은 사랑, 2중 결혼식, 해외 보급, 아시안게임 우승, 코로나 와중의 임신과 출산. 남다른 바둑 인생을 살고 있는 김윤영의 다음 행마(行馬)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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