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 1주일새 2억 껑충.. 서울 25區 중 24區서 전세 급감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면적 84㎡ 12층이 이달 초 13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일주일 전 같은 면적 4층 전세 실거래가(10억5000만원)보다 2억5000만원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임대차법 개정 후 가뜩이나 전세가 귀해졌는데, 최근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移住) 수요까지 겹쳐 전셋집 잡기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135㎡ 전세는 이달 33억원에 계약돼 올해 1월보다 10억원이 뛰었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 ‘2차 전세 대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임대차법 개정 충격으로 전세 매물이 급감한 상황에서 가을 이사 철을 대비한 수요까지 가세해 수급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 전세 매물 부족으로 촉발된 전셋값 급등이 매매가격까지 밀어 올린 작년 하반기 시장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동작·관악·마포, 보름 사이 전세 20% 급감
21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집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동작구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490건으로 보름 전(639건)보다 23.4% 줄었다. 관악구(21.6%), 마포구(20.5%)도 같은 기간 20% 넘게 급감했다. 서울 평균으로도 8.9% 줄었다. 서울 25구(區) 중 중랑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전세 매물이 감소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전체 3885가구 중 전세 매물이 11건에 불과하다. 이 아파트 전용 84㎡의 전셋값은 작년 7월 임대차법 개정 전엔 8억원대였지만 지난달 말엔 11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 주간 상승률은 ‘2·4 공급대책’ 발표 직전인 올해 2월 1일 0.11%에서 4월 26일엔 0.02%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5월부터 상승 폭이 커지더니 지난주 다시 0.11%를 기록했다.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은 서초구는 일주일 사이에 0.56% 치솟으며 2015년 3월(0.64%) 이후 6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강남권 전세 수요가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고, 인근 지역 전세 수요가 다른 지역으로 연쇄 이동하면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 전세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 시장 불안 심리는 가격 선행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KB국민은행 월간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전세 가격 전망 지수’는 전월 대비 8.9포인트 오른 108.1로 집계됐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앞으로 전세 가격이 오르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전세 대란, 집값 뇌관 되나
전세 매물이 부족하더라도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충분하면 전셋값은 안정될 수 있다. 하지만 올 하반기 서울 아파트 예상 입주 물량은 1만3023가구(부동산114 집계)로 지난해(2만2786가구)나 2019년(2만3989가구)에 비해 1만 가구 이상 적다. 이마저도 최근 1주택자의 실거주 의무가 강화됐기 때문에 실제 공급되는 전셋집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가와 격차가 줄어들면서 전세 끼고 사는 ‘갭 투자’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아실 집계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사이 서초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460가구 중 17%(78가구)가 갭 투자였다. 강남(12.2%), 송파(12.6%)도 전체 거래 중 갭 투자 비율이 10%를 넘었다. 강남구 대치동에서 영업 중인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인기 지역 아파트는 장기적으로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며 “전셋값 급등을 ‘똘똘한 한 채’ 투자 기회로 활용하려는 문의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역설적이게도 정부가 투기 온상으로 지목한 다주택자가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며 “다주택자 규제를 완화하거나 임대차법을 원상태로 되돌리지 않는다면 단기간에 전세 시장 안정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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