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세대교체에 들떠 정권 교체 놓칠라

김대중 칼럼니스트 2021. 6. 2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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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만에 뒤집힌 2030 여론… 與가 방향 틀면 또 뒤집힐 수도
이준석 체제 과제는 정권 교체, 모처럼의 ’2030 현상'에 흥분해
야권 후보를 적으로 돌리지 말고 한배에 태워 ‘드림팀’ 만들어야
때 놓치면 ‘여론 버스’ 떠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6일 국회 대표실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36살 이준석씨가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우리 사회는 2030세대에 의한 세대교체 돌풍에 휩싸였다.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진취적이고 도전적이며 모험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증좌라는 점에서 긍정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꼰대’라고 비하당해 온 보수·우파의 정치적 정체(停滯)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시대적 사건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우리 사회의 안보-체제-이념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며 또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성 있는 것이냐는 점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준석 효과’는 어떤 경향성을 띠기보다 충동적이고 돌발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국회 180석을 차지한 데 크게 기여한 것이 바로 이 2030세대다. 불과 1년 전 일이다. 당시 출구 조사에서 20대는 민주당에 56.4%를, 30대는 61.1%의 표를 줬다.

그랬던 것이 불과 1년 만인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뒤집히기 시작했다. 20대의 55.3%가, 30대의 56.5%가 오세훈 지지로 돌아섰다. 그리고 그 기운이 이준석 당대표로 이어졌다. 그 1년 사이 무엇이 있었는가? 무엇이 이런 뒤집힘 현상을 가져왔는가? 조국 사태는 그때도 있었고 집권 세력의 ‘내로남불’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절망스러운 ‘나라 운영’도 이미 공유된 상태였다. 독재·불공정·부정·거짓에 실망하고 분노한 점도 있지만, 더 크게 작용한 것은 집권 세력이 그 세대의 이해관계를 보란 듯이 무시한 점이라는 해석이다. 결국 많은 전문가는 LH 사건과 젊은 층의 ‘주거 절망’ 같은 2030세대의 직접적 관심사와 그들의 정당한 삶의 욕구를 외면한 집권층의 건방짐이 그들이 방향을 틀게 만든 요인이라고 지목한다.

이런 분석은, 불만과 분노를 어루만지는 정책이 부각되면 2030은 어느 쪽이든 그쪽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준석 효과’에 정신이 번쩍 든 여당은 송영길 대표 체제에서 조금씩 방향을 틀 기미를 보이고 있다. ‘문빠'들의 반대가 집요하겠지만 정권 유지라는 절체절명 상황에서 ‘권력’만큼 매력 있는 것이 또 있겠는가. 눈치껏 2030에게 아부하는 기회주의는 언제나 가능하다.

애당초 여론이란 것은 실체가 없다. ‘봄바람 꽃잎’ 같고 ‘가을바람 낙엽’ 같은 것이 여론이다. 그것은 현상이지 정체(正體)가 아니다. 보수·우파로서는 언제 변할지 모르는 바람 같은 현상을 되도록 오래 붙들어 그것을 독재 좌파 정권 타도에 이용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그것은 이번 현상의 역점을 세대교체에 두지 말고 정권 교체에 접목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수 우파 진영이 모처럼 나타난 2030 현상에 심취한 나머지 세대교체에 안주해 정권 교체 시기와 모멘텀을 놓치면 여론의 시계 추는 가차 없이 되돌아간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이준석 체제가 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는 정권 교체다. 세대교체를 정권 교체를 위한 준비 단계로 삼아야 한다. 모처럼 일어난 현상에 붕 떠서 이 말 저 말 쏟아내고 할 말 안 할 말 가리지 않는 흥분에 오래 머물지 않기 바란다. 곧 당 전체를 오로지 대통령 후보를 가려내고 그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체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2030은 또다시 방향타를 돌릴지 모른다.

핵심은 ‘사람’이다. 정권 교체는 다음 정치를 맡을 인물들을 골라내는 작업이다. 문재인 정권이 이처럼 지리멸렬하고 헛발질만 해대는 큰 원인 중 하나는 ‘사람’을 잘못 쓴 것이다. 아니,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준석의 국민의힘은 사람을 잘 쓰고 잘 찾아내는 일을 해야 한다. 그 사람들을 ‘이리 오라 저리 가라’ ‘버스 떠난다’는 말로 자극하지 말고 잘 대접해서 모두 한 배에 타게 하고 그들을 묶어 ‘드림팀’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지금 거론되는 사람들을 서로 적으로 만들지 않고 대통령·총리·장관 등 ‘섀도 캐비닛’으로 엮어 국민 앞에 제시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대표는 그것 하라고 국민과 당원이 그처럼 뭉친 것이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대선 후보의 버스가 떠나기 전에 여론의 버스가 먼저 떠난다. 어쩌면 이번 2030의 메시지는 “우리 세대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빨리 정권 교체하라”는 시한부 통첩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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