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에이즈 40년

김민철 논설위원 2021. 6. 22.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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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이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여성들이 2020년 12월 거리 바닥에 에이즈 희생자의 이름을 적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다면 샌프란시스코엔 골든게이트파크가 있다. 이 공원 한쪽엔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희생자를 추모하는 작은 숲이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에이즈 초창기 발병자가 가장 많이 나온 지역 중 한 곳이다. 지난 5일 이곳에선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에이즈 발병 4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1981년 6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주간 보고서에서 새로운 증상의 환자 발생을 처음 알렸다. 폐렴 증상을 보인 남성 5명에게서 면역 세포에 손상을 입은 특이 사례를 발견했으며 이 중 2명은 이미 숨졌다는 내용이었다. 에이즈의 시작이었다. 배우인 미국의 록 허드슨과 앤서니 퍼킨스, 록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 러시아 태생의 세계적 무용가 루돌프 누레예프,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 1980년대 중반과 1990년대 초반 에이즈로 숨진 유명 인사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는 사람 몸 안으로 들어와 면역 세포를 파괴하는 바이러스다. 전문가들은 한 번의 성관계로 감염 가능성은 0.1~1% 정도로 보고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도 에이즈는 불치의 천형(天刑)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1996년 여러 약을 동시에 쓰는 ‘칵테일 요법’이 등장하면서 인간이 승기를 잡았다. 이젠 치료제 효과가 좋아서 약만 잘 복용하면 에이즈를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처럼 관리하며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얘기다. 현재 전 세계 3700만명이 HIV와 함께 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현재 인구의 약 80%가 1회 이상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았고 68%는 접종을 완료했다. 그 결과, 최근 샌프란시스코 코로나 신규 확진은 하루 평균 10여명 수준의 소규모 감염만 나오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미국 최초로 코로나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대도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과거 이곳이 에이즈와의 싸움에서 선봉에 선 도시였다는 사실이 보건 조치에 대한 대중의 신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HIV는 같은 RNA 바이러스여서 변이가 잦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도 인류는 끈질기게 추격해 HIV는 사실상 무력화시켰고 코로나 바이러스도 약점을 포착해 공략하고 있다. 에이즈엔 ‘U=U’(Undetectable=Untransmittable) 원칙이 있다. 꾸준히 치료제를 복용해 HIV가 검출되지 않으면 감염력도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는 치료제 이전에 백신이 그 역할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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