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까지 이어지는 통증으로 구부정.. 관건은 '흉추4번'

안강 안강병원 원장 2021. 6. 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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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박사 안강의 無痛오디세이]
손이 저리고 마비된 듯 불편.. 머리·등 통증은 흉추 등이 원인
한 부분만 보고는 진단 어려워

20여 년쯤 전에 중국 산시성(山西省) 중의학연구소 초청을 받아 강의한 적이 있다. 이곳은 중국의 10개 중의학연구소 중에서도 특히 명성이 드높은 곳이다.

그런데 강의 시작 직전, 이 연구소에서 한 환자를 모시고 와서는 치료부터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만성통증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그때, 보통 내 강의는 주최 측에서 모셔온 환자를 현장에서 즉시 치료함으로써 주목도를 높였다. 현장감 있는 강의 방식이 유명해졌기에 환자를 데려온 것 같았다.

팔의 체신경은 그림과 같이 목 부분에서 나오지만, 머리·목·팔을 지배하는 교감신경은 등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등의 문제가 팔로 연결될 수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안강병원 제공

환자는 30대 중반의 남성이었다.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은 고통으로 찌들었고, 몸은 꼽추처럼 구부정했다. 십수 년 전 교통사고 이후 한 손이 마비된 듯 잘 움직이지 않고, 머리부터 목·등까지 이어지는 통증이 심해 몸을 구부리고 다닌다고 했다. 한쪽 팔 역시 구부리는 것이 편해 그 상태로 거의 굳은 것처럼 보였다. 그동안 팔을 편 적이 없었다는 그 환자는 목과 등 쪽으로 심각한 통증을 느꼈고, “손은 항상 저리고 얼얼하다”고 표현했다. 환자의 극한 상태는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내가 손으로 환자의 목뼈(경추)와 등뼈(흉추)를 하나하나 눌러보며 내려오는데, 4번 등뼈에서 환자가 큰 압통을 호소했다. 즉시 4번 등뼈 주위에 바늘을 꽂고 강하게 자극했다. 몇 분이 지나자 환자는 목과 등을 펴고, 굳은 듯이 구부리고 있던 팔까지 쭉 펴보기 시작했다. 나중에 현장에 있던 연구원에게 들은 얘기지만, 등에 꽂은 바늘의 자극으로 굽어 있던 팔이 서서히 펴지는 장면은 마치 영화의 클라이맥스처럼 보였다고 한다.

강의에 참석했던 수많은 중의사(中醫師)들이 경이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를 의심했던 사람들의 눈빛이 존경심으로 바뀔 때의 그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 목격담은 중국 전역의 중의사들에게 퍼졌고, 그 이후 내가 어느 지역에 가든 국빈(國賓)급 대우를 받는 계기가 됐다.

흉추 4번은 매우 중요한 곳이다. 우리 몸의 근골격계를 지배하는 신경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체신경(體神經)으로, 우리가 몸을 움직일 때 쓰는 신경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 몸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것으로, 자율신경(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교감신경이 과다하게 흥분하면 불안함과 초조함이 생긴다. 게다가 근육 긴장 및 감염에 대한 민감성 증가 등 많은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림에서 보듯이 팔의 체신경은 목에서 나온다. 손과 팔이 굽고 얼얼한데 어떻게 등의 문제일 수 있는지 의아할 것이다. 팔·목을 지배하는 체신경은 목에서 나오고, 머리·목·팔을 지배하는 교감신경은 등에서 출발한다. 특히, 흉추 4번에서 통증이 심한 경우가 많아 ‘4번 흉추 증후군(T4 Syndrome)’이라는 진단도 있다.

등(흉추)으로 나온 이 교감신경은 세 가닥으로 나뉜다. 한 가닥은 목으로 올라가 목·머리·팔을 지배하고, 다른 한 가닥은 등과 가슴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한 가닥은 소화기나 호흡기 등의 장기로 뻗어있다.

앞에서 사례를 든 환자의 경우 등을 자극했을 때 목과 팔이 펴졌다. 그 이유는 교감신경의 한 가닥이 등에서 올라가 목과 팔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등으로 나오는 다른 한 가닥은 등줄기를 따라 목 아래에서 윗 허리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견갑골(어깨뼈) 위, 특히 등뼈 4번 부위가 가장 아프다. 마치 귀신을 보고 등골이 오싹하고 서늘한 느낌마저 들었을 때의 그 위치에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목과 등 사이에서 나타나는 통증의 경우 상부 흉추 문제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디스크 탈출증이나 척추협착증 등으로 진단받았는데도, 등만 가볍게 마사지했을 뿐인데 증상들이 눈 녹듯 사라지기도 한다.

마지막 한 가닥은 내장에 말썽을 일으킬 수 있다. 잦은 기침이나 소화가 안 되는 증상 등이다. 이런 증상으로 검사까지 했는데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신경 문제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체신경과 자율신경은 물고 물리며 다양한 증상을 나타낸다. 체신경의 문제는 쉽게 드러나지만 자율신경 문제는 보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어떤 병도 그 한 부분만 들여다봐서는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다.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의외로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양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증상을 파헤치는 것이 정확한 진단의 첫걸음이다.

심장 이상 걱정돼 검사하니 ‘늑골 연골염’?… 원인만 파악하면 치료 쉽죠

유튜브 ‘의사와 대화하는 여자’

‘의대녀: 의사와 대화하는 여자’ 유튜브 채널

TV조선 이진희 아나운서와 통증 전문가 안강 원장이 함께하는 ‘의사와 대화하는 여자(의대녀)’가 이번에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가슴 통증에 대해 파헤칩니다. 한 논문에 따르면 ‘심장 이상’이 걱정돼서 검사하면 50% 이상이 ‘늑골 연골염’으로 진단받는다고 합니다. 늑골 연골염은 근골격계 통증을 아우르는 ‘흉벽 증후군’의 한 원인입니다. 하지만 원인만 파악할 수 있다면 치료는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 조선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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