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투항의 美學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1. 6. 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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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선발전 결승2국 <흑 6집반 공제·각 1시간>
白 허영호 九단 / 黑 안성준 九단
제26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제10보>(153~170)=국내 프로들만으로 치러진 선발전임에도 규모와 열기는 통합예선 때에 못지않았다. 총 출전자 수 229명, 32대1이 넘는 경쟁률 속에 아까운 탈락자도 속출했다. 이창호 9단이 대표적인 예. 역대 LG배 최다 우승(4회)에 빛나는 이창호는 후배 3명을 연파하고 20번째 LG배 상륙을 눈앞에 두었으나 준결승서 패했다. ‘저격수’는 다른 사람 아닌 허영호였다.

마지막 장면을 쫓아가 본다. 백이 △에 늘어둔 장면. ‘버리더라도 2점으로 키워 버리라’는 기언(棋諺)에 따른 수다. 153 이하 158로 시간 연장까지 하며 변화를 읽은 뒤 159로 막았는데 정답이 아니었다는 결론. 참고도를 보자. 1부터 10까지 선수로 좌상 백 5점을 잡고 11로 지켜 옥쇄를 택하는 길이 최선이었다.

물론 그렇게 두어도 역전은 불가능하다. 백이 12로 패를 가동하면 어차피 더 버틸 수 없는 형세다. 하지만 프로들은 마지막 장면까지도 멋과 미학을 추구한다. 실전 170까지의 밋밋한 투항보다는 상변 패를 빙자해 비장하게 뼈를 묻는 진행이 더 예술적 여운을 남겼을 것이다. 아무튼 접전이 예상됐던 이 대결은 비교적 짧은 170수 만에 허영호의 쾌승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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