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트 맥주 열풍 타고 코스닥 상장.. "이제는 세계로 간다"

변희원 기자 2021. 6. 22.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주맥주

지난 5월 제주도의 지역 맥주로 시작했던 수제 맥주 ‘제주맥주’가 업계 최초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이는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한국 맥주 시장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 국내 맥주 시장도 다양성의 시대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왼쪽부터)제주맥주는 2017년 8월 제주 감귤 껍질을 첨가한 밀맥주 스타일의 '제주 위트 에일'을 선보이며 시장에 진출했다. 제주펠롱에일은 제주맥주 출범 1년을 맞아 출시됐다. 제주 곶자왈을 모티브로 한 페일에일 타입으로 '펠롱'은 '반짝'이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제주맥주 제공

◇주세법 개정과 함께 부는 크래프트 맥주 열풍

한국 맥주 시장의 경우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설립한 맥주 회사에서 시작했다. 일본 맥주 회사들은 광복 이후 미군정에 의해 관리되다가 1952년 민간으로 넘어와 조선맥주(하이트진로)와 동양맥주(OB맥주)가 탄생했다. 두 회사의 라거 맥주는 한국 맥주의 표준이 됐다.

1981년 하이네켄 맥주를 동양맥주에서 생산하기 시작했고, 1984년 맥주 수입 자유화가 되어 각국의 맥주들이 수입됐다. 비싼 가격으로 인해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가 2000년대 이후 해외여행 등이 늘어나면서 수입 맥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013년 ‘수입 맥주 4캔 만원’ 행사가 시작되면서 수입 맥주가 급격히 성장했다. 한국 맥주 시장은 국산 대기업 맥주사와 수입 맥주가 99%를 차지하는 시장이 됐다.

맥주에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가격(종가세)에서 용량(종량세)으로 바뀌면서 크래프트 맥주가 맥주 시장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크래프트 맥주의 경우 인건비와 재료비가 높아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됐다.

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산 맥주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바탕으로 2013년 55개였던 수제 맥주 면허는 2019년 139개로 증가했고, 2017년 433억이었던 수제 맥주 시장은 2020년 1180억을 달성하며 수제 맥주 1000억 시대를 열었다. 2023년까지 수제 맥주 매출은 3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주세법 개정과 동시에 제주맥주를 포함해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사는 앞다퉈 더 높은 품질의 다양한 제품을 내놓았다. 제주맥주는 2019년 한국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던 한정판 배럴에이지드 맥주인 ‘제주맥주 배럴시리즈 임페리얼 스타우트 에디션’를 출시해 3일 만에 3000병을 조기 완판했다.

크래프트 맥주의 열풍에는 크래프트 맥주사들의 차별화한 마케팅도 한몫을 했다. 경험 마케팅으로 잘 알려진 제주맥주는 2018년 마포구 연남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오픈해 3주간 제주의 여유를 체험하게 한 ‘서울시 제주도’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부산시 제주도’ ‘서울시 한강’을 연이어 성공시켰다. 9월까지 진행하는 ‘제주맥주 나만의 캠핑카’ 캠페인의 경우 평균 500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크래프트 맥주가 주도하는 맥주 ‘제3의 물결’

제주맥주를 중심으로 크래프트 맥주가 주도하고 있는 맥주의 ‘제3의 물결’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다. 글로벌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연평균 10.4%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2019년 약 25.2%에 달한다. 세계 1위 맥주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다양한 크래프트 맥주들이 생산, 수입되고 있는 중국은 전체 맥주 소비량은 소폭 감소하는 상황에도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42.1%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맥주의 제3의 물결은 산업혁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영국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과 함께 페일에일이 맥주 시장을 지배했다면, 19세기 독일과 미국에서 진행된 2차 산업혁명은 라거 맥주 시대를 만들었다. 이때 필스너우르켈, 칼스버그 등 황금색 라거 맥주 등이 탄생했고, 대량생산을 통해 거대 맥주 기업들 생겨났다.

198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대기업 라거 맥주에 반기를 든, 독특하고 개성 있는 크래프트 맥주가 생겨나게 된다. 2000년대 인터넷 등을 통해 크래프트 맥주 업체의 홍보 마케팅이 본격화되고, 새로운 맛을 찾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크래프트 맥주 시장은 급성장하며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세계 시장으로 가는 제주맥주

제주맥주는 “공모 자금으로 글로벌 크래프트 맥주사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개발(R&D)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기술연구소’ 지위를 강화해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안정적인 물량 공급과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 육지 생산도 시작했다.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가 대형화해 글로벌 브랜드로 진화하는 것은 맥주 선진국들이 밟은 전철이다. 국내에서도 ‘브루클린 브루어리’ ‘보스턴 비어 컴퍼니’ 같은 글로벌 크래프트 맥주사가 탄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업계와 소비자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제주맥주 문혁기 대표는 “작년까지는 크래프트 맥주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면, 올해는 크래프트 맥주가 국내 시장에서 주류로 떠오르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제주맥주는 장치 기반의 공장형 제조업에서 고부가가치의 기술 기반 제조 기업으로 도약해 맥주 산업의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