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문 앞 택배와 단절

송용준 2021. 6. 21.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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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만 해도 택배를 받는 일은 굉장히 번거로운 일이었다.

사회 전 부문에 비대면과 비접촉이 우선시되면서 온라인 구매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택배를 받는 횟수 역시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지만 택배기사와 직접 접촉할 일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택배 수령 역시 비대면을 강조하면서 집에 있더라도 그냥 현관문 앞에 두고 도착했다는 문자메시지로 대신하는 일이 일반적인 모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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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만 해도 택배를 받는 일은 굉장히 번거로운 일이었다. 택배기사가 직접 전화를 해서 집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뒤 직접 택배기사로부터 물품을 수령했다. 만약 부재중이라면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 달라고 부탁을 해야 했다. 택배를 받으러 가면서 평소 지나치던 경비 아저씨와 인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택배 때문에 업무가 많아졌다며 불평하는 경비원 아저씨께 음료수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상을 덮친 이후 일상의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택배를 받는 일도 완전히 다른 풍경이 돼 버렸다. 사회 전 부문에 비대면과 비접촉이 우선시되면서 온라인 구매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택배를 받는 횟수 역시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지만 택배기사와 직접 접촉할 일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기자
택배 수령 역시 비대면을 강조하면서 집에 있더라도 그냥 현관문 앞에 두고 도착했다는 문자메시지로 대신하는 일이 일반적인 모습이 됐다. 이러다 보니 아예 집에 사람이 없어도 택배를 받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 돼 버렸다. 이제는 주문할 때부터 아예 “현관문 앞에 놓아 주세요”라는 문구를 넣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편해졌다. 오랫동안 우리 동네 배달을 책임져 주던 낯익은 택배기사님의 얼굴도 이제는 기억이 감감해질 정도다.

사실 현관에 택배를 놓아둬도 괜찮은 것인지 걱정도 됐지만 도난사고가 없었다는 점에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가끔 뉴스로 택배기사처럼 옷을 입은 도둑들이 남의 택배를 가져가는 장면이 방영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택배 도둑을 맞았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실제 한국 생활을 처음 하는 외국인들이 놀라는 점 중 하나가 집 문 앞에 택배가 쌓여 있어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는 점이라고도 하니 그런 면에선 참 좋은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미 새벽 배송같이 비대면 택배 시대는 나도 모르는 사이 시작돼 있었다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됐다. 맞벌이 부부들이나 자취생들에게는 익숙한 것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택배가 사람이 아닌 드론으로 전달될 시대도 다가온다고 하니 이제 누군가에게 물건을 직접 건네받는 기분을 느끼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겠다는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때린다. 편리하기도 하고, 지금 같은 시대를 겪으면서 비대면의 안전함도 느끼게 되지만 뭔가 섭섭한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혹시 시대를 쫓아가지 못하고 꼰대가 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면서도 그래도 멀리서 온 물건에 밴 사람의 냄새가 살짝 그리워진다. 평소 가깝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살가운 편도 아니었건만 코로나 시대가 길어지면서 심리적으로 지친 탓인지 예전처럼 직접 건네받는 택배의 설렘과 즐거움이 그립다. 대면 직거래가 많은 중고거래 사이트 게시판에 이런저런 만남을 제안하는 글이 많은 이유이기도 한 거 같다. 이제는 물건을 사거나 주고받는 일에 사람의 온기보다는 ‘편리’와 ‘안전’에 집중하는 게 미래에 적응하는 길이라 여기면서 오늘도 온라인 쇼핑몰 고객 주문 요구사항에 “문 앞에 놓아 주세요”라고 적는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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