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미얀마 현대사를 이해하려면

황온중 2021. 6. 21.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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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여섯 달이 되어 간다.

이 책은 식민지 해방 투쟁과 독립, 두 차례 쿠데타 및 군부세력의 장기집권, 미얀마 국민의 자부이자 질곡인 고립주의, 1988년 이후 시민사회의 저항을 거쳐 마침내 2015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국민민주주의연합(NLD)의 선거 승리를 통한 민주화 정권 수립까지 긴 과정을 생생히 그려낸다.

미얀마 현대사는 이 두 가지 기본축이 군부, 정치이데올로기, 종교라는 세 가지 변수와 상호작용하면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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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국가통치에 종교 이용해 독재 옹호
'미얀마 고립주의' 국민 자부심이자 질곡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여섯 달이 되어 간다. 학살과 고문, 체포와 탄압이 자행되고 있지만 희망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사태는 주권과 인권 간의 충돌에서 국제사회가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 준다.

인류 전체가 똑같은 인간이고 똑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것이 세계화의 작동원리이고 국제 정치질서의 근간이다. 인권의 규칙이 부인되면 세계는 부족주의 또는 민족주의(제국주의)로 퇴행한다. 홍콩 사태에 이어 미얀마 쿠데타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력한 대응은, 1990년대 이후의 세계화가 붕괴하는 조짐이자 두 번째 냉전의 신호로 느껴진다.

장준영의 ‘하프와 공작새’는 1948년 독립 이후 미얀마 현대사를 한눈에 보여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식민지 해방 투쟁과 독립, 두 차례 쿠데타 및 군부세력의 장기집권, 미얀마 국민의 자부이자 질곡인 고립주의, 1988년 이후 시민사회의 저항을 거쳐 마침내 2015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국민민주주의연합(NLD)의 선거 승리를 통한 민주화 정권 수립까지 긴 과정을 생생히 그려낸다.

제목에서 하프는 미얀마 전통악기 싸웅을 말한다. 공후 비슷한 이 악기는 9세기 이후 1000년 이상 내려온 미얀마의 역사적·문화적 전통을 나타낸다. 공작은 미얀마 독립운동과 불굴의 민족정신을 표상하는 한편 군부와 맞서 싸워 온 시민항쟁의 상징이다. 미얀마 현대사는 이 두 가지 기본축이 군부, 정치이데올로기, 종교라는 세 가지 변수와 상호작용하면서 이루어졌다. 하프의 음률(미얀마적 독특성)과 공작의 춤(근대화·민주화라는 보편 흐름)이 어울리지 못하는 와중에 시민들이 끝없이 고통당하고 피를 흘려온 것이다. 여기에 로힝야족 대학살에서 드러났듯 전통과 풍습과 종교가 다른 소수민족 문제도 끼어들어 있다.

군부는 미얀마 정치의 상수다. 1940년대 독립투쟁 과정에서 정당성을 획득한 군부는 1962년 첫 번째 쿠데타 전까지 무능한 민간정부 대신 가장 근대화된 집단으로 국가수호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쿠데타 이후, 군부는 정치적·경제적 권력을 독점하고, 이를 자기들끼리 나누어먹는 파벌주의 이익집단으로 변했다. 이 과정에서 군부는 세속적 근대화를 추진하는 대신 불교 및 미얀마 민간신앙 낫을 이용한다. 국가 통치에 종교의식을 도입하고 1인 독재체제를 옹호하는 ‘버마식 사회주의’를 주창함으로써 국민에게 강요된 자부심을 불어넣는 동시에 미얀마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킨다. 그 결과 미얀마는 군부 외에 다른 시민세력이 발전할 수 없었다.

1988년 항쟁 이후 쿠데타로 좌절을 겪으면서도, NLD로 대표되는 민주화 세력은 성장을 거듭함으로써 결국 2016년 선거로 집권에 성공한다. 이들은 군부가 강요하는 아시아적 규율 민주주의 대신 서구적 민주화라는 시민사회 열망을 담아내려 했다. 그러나 NLD 역시 권위주의, 정치적 불관용, 상호 불신 등으로 국민 대통합을 이루지 못함으로써 군사력을 장악한 채 이권을 놓지 않으려는 군부를 억제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세 번째 쿠데타를 맞아 미얀마 시민은 다시 항쟁에 들어갔다. 이들의 지원에 약간의 돈을 보태면서 미얀마 공부의 부족을 느꼈는데, 우리 학자가 쓴 유일한 미얀마 현대사인 이 책으로 갈증을 해소했다. 다른 이들한테도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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