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갈등, 소리 쌓여 감정 녹아든 싸움으로..위층 입장·아래층 고통 존중하며 해결책 찾아야"

” 문주영 기자 2021. 6. 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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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 된다' 펴낸 층간소음 전문가 차상곤 박사

[경향신문]

차상곤 박사는 “층간소음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간혹 스피커 등으로 위층에 보복하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칫 잘못하면 폭행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며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한 지 6개월 이내면 양쪽이 만나 해결하는 게 가능하지만 그 이후라면 절대로 양쪽이 대면해선 안 되고 제3자가 중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황소북스 제공
‘층간소음 없게 시공’ 광고일 뿐
잘 지어졌어도 생활소음 불가피
분쟁 6000여건 중재 데이터 바탕
발생 원인·사례·대처법 등 담아
“6개월 안 됐으면 대면해결 가능
이후엔 제3자 중재하는 게 좋다”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은 2019년 기준 50.1%를 기록했다. 둘 중 한 명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으로, 연립·다세대주택까지 합하면 열에 일곱은 공동주택에 산다. 공동주택 거주자 대다수가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층간소음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층간소음 민원은 코로나19 이전보다 60% 넘게 증가했다.

국내 최초의 층간소음 전문가로 알려진 차상곤 박사(47)는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층간소음 문제를 소음에 국한시키면 절대 해결이 안 된다”며 “층간소음은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여년간 6000여건의 분쟁을 중재한 그가 최근 층간소음에 관한 책 <당신은 아파트에 살면 안 된다>(황소북스)를 내놓았다.

이 책은 층간소음에 관한 국내 첫 대중서적이다. 층간소음의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던 20여년 전부터 차 박사가 모은 3만여건의 상담 데이터를 바탕으로 층간소음의 각종 원인과 사례, 유형별 대처법을 담았다. 그는 위층 사람들을 화성인으로, 아래층 사람들을 금성인으로 표현하면서 아래층과 위층이 서로 오해하는 것들, 층간소음 발생 시 항의하는 방법과 요령, 메모 전하는 법 등을 알려준다.

차 박사는 “층간소음이 발생하면 위층 사람들은 아래층 사람들을 예민하거나 까다로운 사람으로 대하면서 갈등이 커진다”며 “그러나 층간소음 갈등은 소음에 감정이 녹아든 복잡한 문제여서 위층 소음만을 없애려는 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위층은 아래층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을 존중하며, 소음 완화를 위해 애쓰는 모습을 아래층에 충분히 보여줘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한 “아래층 주민이 위층의 초인종을 눌렀을 때는 수백번 고민한 끝에 올라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건축학을 전공한 차 박사는 ‘소음’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쓰던 중 우연히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만나면서 이 분야에 발을 디뎠다.

2007년 소음과 진동 측정, 민원 상담 등을 하는 주거문화개선연구소를 열었고, 이후 (사)공동주택생활소음관리협회를 만들었다. 2010년 즈음부터 환경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환경부가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를 설립하는 과정 등에 기여했다. 이 공로로 2012년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차 박사는 “흔히 시공사가 ‘우리 아파트는 층간소음이 없다’고 광고하는데 이는 바닥 충격음 기준을 통과했다는 뜻으로 층간소음과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즉 아파트가 잘 지어졌더라도 층간소음은 사람들이 살면서 내는 ‘생활소음’이기 때문에 아예 없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층간소음 갈등을 줄이기 위해선 건설사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아파트 단지 차원에서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만들어 누구나 쉽게 도움을 받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만들 수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현재는 유명무실하다. 그는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받을 때 어디 한 군데라도 전화할 수 있다면 극한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을 내게 된 경위도 흥미롭다. 출판사 대표가 몇 년 전 층간소음 갈등을 크게 겪으면서 차 박사를 만나게 됐고, 이후 차 박사에게 관련 책을 내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싶지 않아 차일피일 미뤘고, 결국 책을 내기까지 3년6개월이 걸렸다.

“전문가인 저도 아래층 항의를 받아보는 등 한국에서 층간소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피해자들이 마음의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가 아는 모든 정보와 팁을 녹였습니다. 정부와 건설사들은 향후 층간소음 문제를 양성화하고 소비자들의 편익을 증진시키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세웠으면 합니다.

” 문주영 기자 moon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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