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리 군단, 몰라봐서 미안"
만치니 감독 지도로 '환골탈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고 16강행
[경향신문]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 개막 전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탈리아를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다. 대부분 프랑스와 잉글랜드, 벨기에 등을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다. 이탈리아는 16강 진출은 무난하겠지만 잘해야 4강에 오를 수준 정도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단 한 골도 내주지 않고 3전 전승을 거두며 A조 1위로 16강행을 확정짓자 ‘아주리 군단’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1980년 대회에서 조별리그가 도입된 이후 독일·폴란드 등이 무실점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적은 있지만 ‘무실점 전승’은 이탈리아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또 21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웨일스전을 1-0으로 이기면서 A매치 30경기 무패(25승5무)를 달렸다. 자국의 역대 A매치 최다 무패 기록과 타이다. 이탈리아가 A매치에서 패한 것은 2018년 9월10일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A 3조 1차전에서 포르투갈에 0-1로 무릎을 꿇은 게 마지막이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그야말로 ‘환골탈태’다. 불과 3년 전 이탈리아가 2018 러시아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하는 대참사가 벌어지면서 유럽 중심권에서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A매치 176경기 출전에 빛나는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 ‘중원의 방파제’ 다니엘레 데 로시마저 은퇴했다. 전력 약화는 불 보듯 뻔했다.
그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아주리 군단’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운 인물은 바로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57)이다. 만치니 감독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뎁스의 강화였다. 거의 모든 포지션에서 당장 주전으로 뛰어도 무방한 선수 2명을 경쟁시키는 전략을 기초로 해 스쿼드를 탄탄하게 짰다.
두꺼운 선수층의 보강은 곧바로 전력 상승으로 이어졌다. 월드클래스급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대신 모든 선수가 골고루 골을 뽑아낸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터뜨린 7골 역시 5명의 선수가 돌아가며 골망을 흔들었다. 전통적으로 견고한 수비는 정평이 나 있었지만 날카로운 공격력까지 뒷받침된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이탈리아는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이번 대회 예선 10경기에서 핀란드, 그리스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을 상대로 37골을 터뜨리면서도 실점은 4점에 불과했다.
유로2020 대진운도 좋은 편이다. 16강전에서는 C조 2위가 될 가능성이 높은 우크라이나 혹은 오스트리아와 맞붙는다. 4강까지는 프랑스 등 강호를 피할 수도 있다.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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