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북부 속속 접수..'탈레반의 귀환' 공포

장은교 기자 2021. 6. 2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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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7개 지구 중 54곳 장악
대통령, 25일 방미 정상회담
미군 철수 이후의 미래 논의

[경향신문]

미군 철수가 3개월도 남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미군 철수 시작 후 최소 54개 이상의 지구를 탈환한 탈레반은 지난 주말에도 북부의 주요 거점 도시 두 곳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게 될 것이란 불안감 속에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20일 탈레반이 북부 쿤두즈주와 파르야브주의 주도 두 곳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쿤두즈는 2001년 탈레반이 미군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에 빼앗긴 곳으로, 이곳을 탈환했다는 것은 ‘탈레반의 귀환’을 상징한다. 쿤두즈 시의회의 암루딘 왈리 의원은 “총소리가 들리고 탈레반이 나타나면서 도시 전체가 공포에 휩싸여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현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미군 철수가 시작된 5월 이후 전체 387개 행정구역 지구 중 54개가 탈레반 손에 넘어갔다”고 전했다.

그중 24개 지구는 불과 지난 19~20일 이틀 동안 함락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파르야부주에선 고도로 훈련받은 아프간 특공대원 24명이 탈레반의 공격에 맥없이 사망해 충격을 줬다.

탈레반이 급속도로 세력을 넓힐 수 있는 이유는 단지 전투력의 우위 때문만이 아니다. 16개 지구 중 7개 지구가 탈레반 손에 넘어간 북부 카타르 지방에선 지역 원로들이 항복을 주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어차피 탈레반 손에 넘어가게 될 것이라 보고 미리 (탈레반 쪽으로) 움직여 조금이라도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는 탈레반에 협조하는 원로들을 체포하겠다고 경고했다.

탈레반이 정부군과 경찰들에게 용돈을 주며 집으로 돌아가도록 회유한 경우도 있었다. 지역 정치활동가인 라마툴라 투르게스타니는 “정부군은 사기가 꺾였고 미군과 나토군 지원 없이는 싸울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탈레반 지도부의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20일 성명을 통해 “탈레반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든 시민의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여성들이 일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시설이 제공될 것이고, 소수민족과 인도주의 단체들, 외교관들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슬람의 영광스러운 종교 원칙과 아프간 사회의 숭고한 전통에 따라서”라는 ‘전제’를 달았다. 로이터통신은 “탈레반이 돌아오면 다시 여성들이 학대와 차별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미드 카르자이 전 아프간 대통령은 이날 AP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이 아프간을 재앙 속에 두고 떠난다고 비판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오는 25일 백악관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의 미래와 관련해 논의할 계획이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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