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막판 진통 중 "당사국 결단만 남았다"
일각 "하메네이 출구전략" 낙관에도 이스라엘 '반대' 변수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정부와 하산 로하니 이란 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을 8월 전에 마무리 짓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미 강경파인 ‘테헤란의 도살자’ 에브라힘 라이시 차기 대통령의 취임식 전에 최종 타결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합의에 이르는 길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 등 JCPOA 체결 당사국은 2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핵합의 복원 협상을 재개했다가 회의를 일시 중단했다. 각국 대표단은 본국으로 돌아가 상부에 협상 내용을 설명하기로 했다.
이란 협상대표인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부 차관은 이날 “합의문은 거의 준비단계에 왔고, 협상 당사국들의 최종 결정만 남았다”고 말했다고 국영 IRNA통신이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ABC방송 인터뷰에서 “주요 문제에 대해 좁혀야 할 거리가 상당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이란 대선을 전후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미국과 이란이 이미 합의문 초안을 거의 만들었지만, 주요 쟁점을 남긴 채 협상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이란은 바이든 정부에 이른바 ‘트럼프 방지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일방적으로 JCPOA를 탈퇴한 만큼, 정권이 바뀌어도 합의를 취소할 수 없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JCPOA에 이란 핵 문제뿐 아니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관련 조항도 추가하고, 2030년부터 이란이 제약 없이 핵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한 JCPOA의 기존 일몰조항을 폐기하고 싶어 한다.
관건은 이란의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8월 전에 협상을 타결할 수 있는가다. 뉴욕타임스는 최종 결정 권한이 있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JCPOA 합의에 대한 출구전략으로 8월 전 타결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야 JCPOA가 나중에 잘못돼도 “서방에 항복한 대미 온건파” 로하니 정부의 탓으로 책임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JCPOA로 제재가 풀려 이란 경제가 회복되면 라이시 새 정부의 공으로 돌릴 수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도 강경파인 라이시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외교 성과를 내고 싶어 한다.
이 때문에 협상 당사국 일각에선 조심스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대미 온건파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라이시 대통령 당선자가 8월에 취임하기 전에도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협상 대표인 미하일 울리야노프 빈 주재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러시아 대사도 “7월 중순 전 합의에 도달할 모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바이든 대통령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합의 복원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이다.
8월 이후로 미뤄진다면 합의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국내 강경파의 압력을 받은 라이시 정부가 미국에 추가 협상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경 보수파인 나프탈리 베네트 신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의 반대도 변수다. 베네트 총리는 이날 첫 내각회의에서 “이란의 대통령 선거 결과는 꿈에서 깨어나라는 마지막 경종”이라면서 JCPOA를 거듭 반대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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