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씨 마을의 꿈 - 옌롄커 [나푸름의 내 인생의 책 ②]
[경향신문]
1990년대 초, 중국 허난성 117개 현에 400여개의 채혈 센터가 들어섰다. 가난하고 인구가 많은 농업지구에 돈을 벌 방법이 생겨난 것이다. 국가에서는 주민들의 피를 헐값에 사들여 제약회사에 비싼 값에 되팔았다. 매혈 경제의 탄생이다. 한 번의 매혈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50위안(약 7500원)으로 당시 농민 가구당 연간 수입은 1000위안도 되지 않았다. 농민들은 한 번이라도 더 피를 팔기 위해 식염수가 섞인 피를 재수혈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주삿바늘을 재사용하고 재수혈 중 타인의 혈액이 섞이는 일도 빈번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이 집단으로 발생했다. 2001년 중국 보건성 관계자는 허난성 주민 중 매혈로 HIV에 감염된 인구를 최소 60만명으로 추산했다.
<딩씨 마을의 꿈>은 허난성에서 일어난 최악의 의료 스캔들을 배경으로, 한 시골 마을에 일어난 집단 에이즈 감염 사건을 다루고 있다. 소설은 이미 땅에 묻힌 한 아이를 화자로 세운다. 아이는 독살당했다. 죽음의 원인은 에이즈가 아니었으나 마을의 매혈 사업을 주도한 이가 아버지인 딩후이였기에 일어난 보복 살인이었다. 아이의 시선은 자신의 꿈에서 할아버지의 꿈을 따라 흘러가고, 돈과 권력을 향한 아버지의 꿈은 딩씨 마을 전체를 현실의 지옥도로 인도한다.
소설은 매혈로 촉발되는 마을 사람들의 욕망과 좌절, 환멸과 사랑 그리고 희망을 그린다. 이 비극적인 이야기가 희망으로 읽히기까지는 인간의 연약함에서 밀려오는 절망과 슬픔을 견뎌내야 한다. 그것은 옌롄커의 책이 자국인 중국에서 판금 조치됐던 현실과도 맞닿는다.
그럼에도 그의 이야기는 말한다. 인간에 대한 절망이 인간에 대한 희망으로 다시금 극복될 수 있다면, 우리는 말하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나푸름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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