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린 뮤지컬 무대, 브로드웨이 화제작 온다

박지현 2021. 6. 2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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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맞붙은 신작 2편, 올여름 한국서 해외초연
21세기 그리스 신화 하데스타운
지하세계로 간 오르페우스 이야기 기반
재즈·포크 등 다양한 음악으로 재해석
팀 버튼 영화 원작으로 한 비틀쥬스
이승과 저승 오가는 외로운 유령 주인공
첨단기술로 특유의 판타지 세계 표현
비틀쥬스 역을 맡은 배우 정성화
올여름 국내 뮤지컬계는 오랜만에 라이선스 신작 경쟁으로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미국 브로드웨이서 맞붙었던 두 개의 대형 신작 뮤지컬 '비틀쥬스'와 '하데스타운'이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도 경쟁을 이어간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2019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올려진 최신작으로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초연되는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두 작품 모두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설정을 가졌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뮤지컬 '비틀쥬스' 브로드웨이 공연 모습

■유령이 살아 춤추다, 팀 버튼 원작 '비틀쥬스'

"저세상 법 1장 4조, 산 자가 비틀쥬스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면 산 자도 그를 볼 수 있게 된다!"

어디서 왔는지, 언제부터였는지, 아마도 98억년 전부터 유령으로 이승과 저승 사이를 방황해왔다는 유령 비틀쥬스가 오는 29일 한국 관객을 만나기 위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으로 강림한다. 환상 동화의 대가 팀 버튼 감독이 그의 감독 생활 초기인 1988년 만든 영화 '비틀쥬스'(국내 개봉 당시 제목 '유령수업')가 뮤지컬로 분해 관객들을 사로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

'팀 버튼 스타일'이라는 뜻의 '버트네스크(Burtonesque)' 양식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팀 버튼 감독은 특유의 기괴한 유쾌함, 음습한 아름다움, 동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듯한 독창적인 판타지 세계를 구현해 나가고 있는데 '비틀쥬스'는 '버트네스크'가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단 주인공 비틀쥬스의 캐릭터부터 괴이하면서 알 수 없는 가벼움이 느껴진다. 98억년 동안 이승과 저승 사이를 오가며 인간들을 겁주며 살아온 유령 비틀쥬스의 고민은 외로움이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삶속에서 유령 친구가 절실한 그는 바바라와 아담 부부가 불의의 사고로 불귀의 객이 되자 그들이 저세상으로 직행하지 못하도록 계략을 꾸민다. 유령이 된 부부의 텅 빈 집에 아버지 찰스와 딸 리디아가 새로 입주하게 되고 비틀쥬스는 바바라, 아담과 함께 그들을 겁줄 계획을 꾸민다. 하지만 어느 순간 리디아가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리디아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도록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뮤지컬의 스토리는 30여년 전 만들어진 원작 영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첨단기술이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차원이 다른 체험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무대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배우의 대사 한 마디에 순간순간 변하고, 자이언트 퍼펫 등 새로운 소품 기술을 활용해 이른바 '비틀쥬스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팀 버튼의 판타지 월드는 오는 8월 7일까지 한달반 동안만 열린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브로드웨이 공연 모습

■지하세계로 떠난 오르페우스 '하데스타운'

8월 초 '비틀쥬스'의 화려한 무대가 막을 내리고나면 곧바로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관객을 맞는다. 오는 8월 24일부터 내년 2월 27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한국 초연을 준비하고 있는 이 작품은 2019년 3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그해 열린 제37회 토니어워즈에서 '비틀쥬스'와 맞붙어 최우수작품상 등 8개 부문서 트로피를 휩쓸었다.

이 작품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기 위해 지하세계로 향하는 오르페우스, 사계절 중 봄과 여름은 지상에서 가을과 겨울은 지하에서 남편인 하데스와 보내는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신화속에서 리라를 튕기며 시를 읊조리던 가장 뛰어난 음악가 오르페우스는 현대라는 배경 속에서 기타로 노래를 쓰는 가난한 뮤지션으로 등장한다. 그런 그의 노래에 반해 청혼을 받아들이는 님프 에우리디케는 뮤지컬 속에서 가난한 현실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하데스의 지하 광산으로 향하는 인물로 설정됐다.

신화 속에서 저승의 신으로 표현되는 하데스는 광산을 운영하는 기업가로 변했는데 그와 계약을 맺고 광산에서 일하는 자들은 영원히 지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설정이 더해졌고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는 신화보다 더한 지하세계에 대한 혐오와 함께 지상을 즐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유와 반항의 아이콘으로 등장한다. 이 뮤지컬의 나레이터는 헤르메스가 맡았다. 그는 과거와 미래를 예견하면서도 오르페우스에게 지하로 가는 법을 알려주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한다.

이번 한국 프로덕션 공연을 이끄는 에스앤코 신동원 대표는 "비극적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마치 축제 분위기처럼 즐길 수 있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라며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작품이어서 국내 관객에게 꼭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음악을 벗어나 재즈, 포크, 블루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녹여낸 작품으로 찬사를 받았다. 트럼본 연주와 듀엣 댄서의 춤으로 시작되는 이 작품을 보면서 시대가 변해도 변하지 않는 고전의 가치와 음악이 주는 위로의 기운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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