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K-반도체, 지금이 중요하다

2021. 6. 2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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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박정일 산업부 재계팀장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몸을 일으킴)'를 견제하기 위해 한국의 손을 잡을까, 대만의 손을 잡을까. K-반도체가 중요한 순간을 맞았다. 코로나19가 반도체 시장에 예상치 못했던 큰 변곡점을 몰고 왔기 때문이다. 냉전이 끝나고 유기적으로 연결됐던 세계 경제가 한 순간에 얼어붙었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적나라한 현실과 마주했다.

특히 반도체는 산업의 쌀을 넘어 이제 '공기'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존재감을 확인했다. 자동차는 반도체가 없어 생산라인을 중단할 지경에 이르렀고, 이제 반도체가 들어가지 않는 기기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자 미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경제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이 반도체 부족으로 멈춰버리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공급망 점검을 지시했다. 그 결과 미국은 중국의 제조업이 얼마나 위협적으로 성장했으며,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미국에 세계 경제의 패권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준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여전히 세계 반도체 시장의 55%를 차지하는 강국이고, 중국의 점유율은 5%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미국이 긴장하는 이유는 이번 팬데믹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이고,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지원이 노골적이다 못해 위협적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은 오는 2025년까지 10년 간 무려 226조원 가량의 중앙정부 지원금과 지방정부 보조금 160조원 안팎을 집중 지원받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그 결과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무려 15%에 이른다. 미국은 이에 맞서 2조2500억 달러(약 2547조원)라는 천문학적 인프라 투자 계획을 세웠고, 이 가운데 500억 달러를 반도체 분야에 투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미국은 공급망 보고서에서 한국을 74차례나 불렀다. 미국의 약점이 생산 경쟁력 부족이라고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세공정을 높은 수율로 양산하는 공정 운영능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버티고 있는 한국과 TSMC가 있는 대만이 미국보다 우위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대만의 점유율은 약 70%에 이르면서 압도적인 1위이고, 한국이 20% 수준으로 2위다. 한국은 여기에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가 합쳐져야 소위 '한 패키지'를 만들 수 있으므로, 단짝이다.

대만은 미국의 대 중국 견제에 가장 필요한 국가다. 하지만 대만과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지금까지 상당한 연결고리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대만에 대한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일 경우 향후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 뒷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경제 뿐 아니라 국방에서도 긴밀한 관계에 있는 한국은 미국에 있어 최고의 파트너다. 일본의 소재 경쟁력까지 더하면, 한미일 반도체 동맹은 미국에게 최선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부담은 있다. 메모리반도체 최대 수출국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중국제조 2025' 계획에서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과거 앞서가던 LCD(액정표시장치)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시장을 이미 중국에 뺏앗겼던 경험이 있고, 반도체에서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전문가들은 한국 역시 중국의 미세공정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적극적인 연구·개발(R&D) 공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미국의 IP 경쟁력과 한국의 메모리, 그리고 미세공정 경쟁력이 더해진다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차세대 반도체'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우리는 이를 기회로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체할 만한 기업은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등 소수에 불과하다. 완성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도체가 필수인 만큼, 중국 역시도 자급화가 어느 정도 이뤄지기 전까지는 한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전쟁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고, LCD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을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대체불가한 K-반도체의 경쟁력이 석유자원 만큼이나 글로벌 제조업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만큼, 우리나라야말로 안보를 위해서라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들을 계속 육성하고 지원해줘야 한다. 그래야 미국과 중국이 우리에게 계속 러브콜을 보낼 것이고, 우리는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될 일이다.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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