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표류'] 인플레 우려에 동결한다지만..정치논리에 신뢰 무너진 정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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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등하는 국제유가와 관계 없이 정부가 전기요금을 동결하면서 한국전력의 경영실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려왔는데, 전기요금 인상 없이 연료비 상승분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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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로 비용부담 커져
전문가 "탈원전 비용부담 차기정권에 떠넘기는 꼴"
급등하는 국제유가와 관계 없이 정부가 전기요금을 동결하면서 한국전력의 경영실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려왔는데, 전기요금 인상 없이 연료비 상승분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계산으로 정부가 정책 불신을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에 따르면 3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는 2분기와 같은 kwh당 -3.0원으로 책정됐다.
3분기 전기요금은 3~5월 연료비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 기간 유연탄의 평균 세후 무역통계가격은 ㎏당 133.65달러로 2분기 기준 시점인 지난해 12월~올해 2월(113.61달러)보다 17.6% 상승했다. 같은 기간 벙커씨(BC)유 가격은 17.8% 증가했다. 이 같은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한 조정단가(3원/kwh)를 적용하면 4인가구 월평균 사용량(350kwh) 기준 전기요금은 1050원이 올라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2분기에 이어 두 차례 연속 유보 권한을 이용해 전기요금 인상을 막은 것이다.
전기요금 동결 결정에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6%로,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정부는 국민 체감도가 높은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공공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산업부는 한전에 전기요금 인상 유보를 통보하면서 "코로나19 장기화와 2분기 이후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안전을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은 2013년 11월 이래로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탓에 한전의 재무구조는 악화하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지난 2017년 한전의 부채 비율은 149.1% 수준이었지만 지난해는 187.4%로 급증했다. 지난해 한전 부채는 132조원을 넘어섰다.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따라 LNG·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면서 비용 부담 등 복합적인 원인이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고공행진 하고 있는 국제유가는 한전에 추가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올해 유가가 2014년 이후 7년 만에 100달러 선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전기요금 합리화'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임원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유가 급등 상황에서 연료비 연동제 적용을 유보할 경우, 정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미수금 보전 대책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 교수는 "2분기에도 전기요금 인상을 무산시켰는데,정부가 신뢰를 잃는 결과를 자초하고 있다"며 "탈원전과 탄소중립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만큼 전기요금이 올라가게 되는데, 이것을 선거 때문에 억지로 막는다면 탈원전에 따른 비용 부담을 차기 정권에게 넘기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선거 시기를 감안하면 오는 4분기에도 전기요금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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