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온다' 인세 두고 작가-출판사 갈등.. 양측 다른 계약조건 주장

이혜인 기자 2021. 6. 21.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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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37만부 가량 팔린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의 인세 문제를 두고 저자와 출판사가 소송까지 벌이며 갈등을 빚고 있다. 저자는 출판사가 계약 조건을 불명확하게 적용하면서 종이책 인세 지급을 누락했던 데다가, 계약 상황을 출판사에 유리하게 해석해 전자책 인세도 미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출판사 측은 착오로 인해 종이책 인세 지급이 누락돼왔었던 것은 인정하지만, 작가가 기존 계약과 달리 무리하게 전자책 인세를 요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21일 <90년생이 온다>의 저자인 임홍택 작가와 출판사 ‘웨일북’에 따르면 임 작가는 지난 3월 출판사를 상대로 “미지급된 전자책 인세 1억30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다. 지난 1월부터 인세 지급 문제로 인해 시작된 갈등은 반 년 넘게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임 작가는 CJ 그룹에서 일하던 2018년 11월 웨일북 출판사에서 자신의 두 번째 저서인 <90년생이 온다>를 펴냈다. 신인 작가의 책이었지만 1990년대생의 변화한 업무 특성을 설명하며 시대적 맥을 잘 짚어내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또 2019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이 책을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판매량이 급증했다. 현재까지 종이책 기준으로 37만부 가량 팔린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다.

임 작가는 올해 1월 출판사로부터 받은 판매부수를 검토하다 인세를 실제 판매부수보다 10만부 가량 적게 지급받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임 작가는 이같은 사실을 출판사에 알렸고, 출판사 측에서는 인세 미지급을 인정했다.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웨일북 출판사 측은 “<90년생이 온다>의 경우 재고량(미판매분)은 계산하지 않고, 책을 찍어낸 인쇄량을 기준으로 작가에게 인세를 지급한다”며 “정산 담당자가 재고량을 인세 지급 변수로 잘못 고려한 탓에 인세가 누락된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웨일북 측은 작가가 문제제기한 2개월 후인 지난 3월 누락된 인세 1억5000만원을 작가에게 지급했다.

이에 대해 임 작가는 통화에서 “그간 출판사와 신뢰 관계로 일해왔기에 기존에 계약된대로 인세가 잘 지급될 것이라 믿고 있었다”며 “계약서 어디에도 재고 반영 내용은 없었는데, 출판사가 인세 지급을 누락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양측이 기존 계약 조건을 따져보면서 갈등이 더 커졌다. 계약 상황을 보려면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출판사는 2018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하는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에 응모했다. 이 사업은 중소 출판사의 제작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올해 기준으로 작품당 500만원을 지원한다. 웨일북 출판사의 권미경 대표는 “당시만 해도 신인 작가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정부에서 우수 출판 콘텐츠로 선정됐다는 사실 자체가 홍보가 될 것이라 생각해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에 사업 응모를 위해 계약서가 한 번 더 작성됐다. 기존 계약서를 A계약서, 새로 작성된 계약서를 B계약서라고 하자. A 계약서는 2018년 3월 책 출간 당시에 작성됐고, B계약서는 사업 응모 시기인 그해 9월쯤 작성됐다.

두 계약서를 바라보는 작가와 출판사의 관점 차가 크다. 우선 출판사는 B계약서가 사업 응모를 위한 서류 제출과정에서 작성된 것일 뿐, 효력은 없다는 주장이다. 권 대표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사업에 응모하려면 진흥원 측이 제시하는 몇 개의 계약서 양식 중에 하나를 골라서 작성한 후 제출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사안을 작가와 공유했으며, 제출서류로서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즉 B계약서는 제출서류로서의 기능만 있을 뿐, 인세 지급 등 모든 계약 조건 이행은 A계약서를 토대로 하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임 작가는 “기존의 A계약서를 토대로 한 계약이 문체부 표준계약서 양식에 따른 계약으로 대체된 것”이라며 “출판사와도 당시에 명확하게 합의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임 작가는 “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출판사가 공모전 제출을 위해 ‘이중계약’을 한 것이고, 제가 그것을 용인했다는 말이 된다”며 “저의 ‘명예’가 걸려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월에 A,B 중 어떤 계약서가 최종 계약서인지 출판사에 문의했을 때만 해도 출판사 측은 B계약서가 최종이라고 메일로 회신했는데, 바로 한 달 뒤에 A계약서가 최종이라고 말을 바꿨다”며 “이같은 내용은 출판사와 주고 받은 메일을 통해서도 명확하게 남아있다”고도 밝혔다.

A, B 계약서의 가장 큰 차이는 전자책 인세 지급 부분이다. A 계약서에는 전자책 인세를 ‘수익금의 15%’로 정한다고 돼 있으나, B 계약서에는 ‘전자책 인세와 종이책 인세를 동일한 조건’으로 지급한다고 돼 있다. B계약서를 적용하면 출판사가 지급해야할 전자책 인세가 아직 1억3000만원이 남아있다. 임 작가는 “한 전자책 업체의 다운로드 수만 보더라도 10만 번인 것을 확인했다”며 “출판사는 새로 작성한 계약서대로 인세를 지급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출판사 측은 A계약서를 적용해 2020년 12월31일까지의 전자책 인세 정산분 2700여만원을 모두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권 대표는 “공모전 당시의 문체부 표준계약서는 전자책 시장의 판매 시스템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권 대표는 “전자책의 경우 한 달에 1만~2만원만 내면 몇백권의 책을 볼 수 있도록 패키지 판매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에, 전자책 업체에서도 수익을 정산할 때 ‘25번 열람=1권 판매’같은 식으로 계산해서 준다”며 “B계약서를 토대로 하면 실제 판매 수익보다 몇 배나 많은 액수를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양측이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은 다음달 초까지 양측이 1회 조정을 거칠 것을 권고한 상태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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