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안한 금감원장 공석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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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이른바 금융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장의 공백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초 퇴임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고위 관료와 교수 출신을 중심으로 하마평만 무성한 채 후임자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한때 이상복 서강대 교수와 원승연 명지대 교수가 유력한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소신을 앞세우다 조직이 흔들렸던 윤 전 원장 시절을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세우며 금감원 노조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상급기관인 금융위와 금감원의 껄끄러운 관계도 얽혀 있다. 특히 금감원 부원장 재직 경력이 있는 원승연 교수는 금융위원회와 사사건건 대립했다는 전력으로 금융위에서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관료들은 금감원장 자리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내년 대선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서면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커, 사실상 1년짜리 임시직이라는 인식이 파다하다. 이러다 보니제3의 인물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노조의 반대나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 어떤 복병을 만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현재 금감원은 사모펀드 사태 마무리, 가상자산(암호화폐) 규제, 가계부채 관리를 포함해 어려운 과제가 산적해 있다. 윤 전 원장 시절 금융소비자 보호를 앞세우는 과정에서 금융권은 물론 상급기관인 금융위와도 사이가 틀어져 관계 복원이 시급하다. 금감원 직원들은 직원대로 과도한 업무, 박봉, 승진 적체 등에 지쳐 있다. 금융감독당국 내부의 사정을 잘 알면서도 소신을 바탕으로 업무를 끌고 나갈 능력을 갖춘 금감원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코로나19 여파와 국내외 금리인상 가시화로 금융시장의 위험요인이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만일의 사태가 터진다면 현재의 원장대행 체제에서 책임감을 갖고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업무에 차질이 발생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시간을 더 끌지 말고 빠른 시일 내 리더십을 갖춘 적임자를 선임해야 한다.

장순원 (cr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