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욱의 법으로 보는 중국 21] 팬데믹이 확산시킨 원스톱 행정, 일망통판(一網通辦)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2021. 6. 21. 18: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그간 중국에서는 가령 산시성 A시에 호구가 있는 남자와 허베이성 B시에 호구가 있는 여자가 결혼하면 두 사람은 A시나 B시에 함께 가서 혼인 등기를 해야 했다.

'내지 거주민의 결혼은 남녀 쌍방이 함께 일방 당사자의 호구 소재지의 혼인 등기 기관에 가서 혼인 등기를 해야 한다'라고 규정한 중국의 혼인 등기 조례(婚姻登記條例) 제4조 때문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시험 43회,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그간 중국에서는 가령 산시성 A시에 호구가 있는 남자와 허베이성 B시에 호구가 있는 여자가 결혼하면 두 사람은 A시나 B시에 함께 가서 혼인 등기를 해야 했다. ‘내지 거주민의 결혼은 남녀 쌍방이 함께 일방 당사자의 호구 소재지의 혼인 등기 기관에 가서 혼인 등기를 해야 한다’라고 규정한 중국의 혼인 등기 조례(婚姻登記條例) 제4조 때문이었다.

이 조항은 중국 공민이 외국인과 중국 내지에서 결혼하는 경우 또는 내지 거주자와 홍콩·마카오·대만 거주자가 결혼하거나 화교가 중국 내지에서 결혼하는 경우에도 남녀 쌍방이 내지 거주자의 호구 소재지의 혼인 등기 기관에 함께 가서 혼인 등기를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QR코드 하나로 일 처리가 가능한 세상이 됐는데도 이런 불편함이 존재했다.

중국이 2020년 실시한 인구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4억9300만 명의 중국인이 호구지를 떠나 살고 있다. 이들 중 70%가 15~35세의 젊은이다. 취업, 창업, 학업, 군 복무 등을 위해 고향을 떠난, 결혼 적령기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간 혼인 등기 때문에 부득이 평일에 휴가를 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왔다.

올해 5월 31일 중국 공산당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주재로 정치국 회의를 열어 세 자녀 출산 허용을 공식 결정했다. 노동 인구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에 충격을 받아 계획생육 정책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더 많은 결혼을 유도해야할 상황이 되다 보니 젊은 사람들의 혼인 등기에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최근 중국 민정부는 ‘민정부 판공청의 혼인 등기 과성통판 시험 실시 업무 전개에 관한 통지(民政部辦公廳關於開展婚姻登記‘跨省通辦’試點工作的通知)’를 반포했다. 랴오닝성, 산둥성, 광둥성, 쓰촨성, 충칭 등지에서 혼인 등기의 과성통판(跨省通辦), 즉 성 간 교차 혼인 등기를 시험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시험 시행 기간은 2021년 6월 1일부터 2023년 5월 31일까지 2년간이다. 과성통판이 시행되면 상주 거주지의 혼인 등기 기관에서 등기하면 된다. 시안시 민정국의 통계에 따르면 과성통판이 시행된 2021년 6월 1일 커플 14쌍이 성 간 교차 혼인 등기를 통해 등기를 마쳤다고 한다.

과성통판은 중국의 온라인 행정 편의 정책인 ‘일망통판(一網通辦)’의 각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일망통판은 온라인을 통한 원스톱 행정 서비스를 말한다. 과거 중국의 민생 관련 부처들은 자체 정보 시스템을 각각 구축하고, 부처끼리 공유하지도 않다 보니 부서마다 같은 서류를 중복 제출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호적·교육·취업·의료·혼인 등과 관련한 기본 정보가 곳곳에 분산돼 있으니 업무 처리에 번거로움이 따랐다. 중국 국무원은 2020년 5월 22일 정부 업무 보고에서 더 많은 서비스를 대상으로 일망통판을 시행하도록 했다. 일망통판의 이념은 ‘사람이 달리던 것(群眾跑腿)’을 ‘정보가 달리게 한다(數據跑路)’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일망통판은 구호에서 현실이 됐다.

401_59_01.jpg

Copyright © 이코노미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