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진 쿠팡엔 '무딘 칼'..정부는 왜 감독 머뭇거릴까

선담은 2021. 6. 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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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물류 기업으로 평가받으며 뉴욕 증시에 상장까지 한 쿠팡에서 잇단 직원 과로사에 더해 물류센터 대형 화재 사고까지 터지면서 '혁신의 그늘' 또한 짙다는 지적이 많다.

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다른 기업과 달리 쿠팡은 영업기밀이라면서 자료를 잘 제출하지 않는다. 지난 2월 열렸던 산재 청문회 때도 쿠팡의 산재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에 불이 난 덕평물류센터의 고용인원 통계를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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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성장' 이면엔 쿠팡맨 과로사·대형화재 등 잇단 사고 터져
산재 현황 등 자료제출 요구해도 "영업기밀" 국회 무시 일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쿠팡 본사. 연합뉴스

혁신 물류 기업으로 평가받으며 뉴욕 증시에 상장까지 한 쿠팡에서 잇단 직원 과로사에 더해 물류센터 대형 화재 사고까지 터지면서 ‘혁신의 그늘’ 또한 짙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감독자 내지 견제기구로서의 예리한 칼을 빼 들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자리가 귀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외려 물류센터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쿠팡의 몸집이 커지며 사회적 파급력도 커진 만큼 공적 기구들이 느슨한 감독망을 바짝 죄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근로감독 등의 역할을 맡고 있는 정부는 쿠팡이 여러 배송업체 가운데 상대적으로 나은 고용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매몰돼 적극적인 노동 행정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플랫폼 노동이나 프리랜서처럼 사실상 사용자가 업무를 지휘·감독하면서도 용역계약 등을 체결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쿠팡은 주 52시간 상한제나 4대 보험이 적용되는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쿠팡은 배송기사를 직고용하고, 물류센터 직원들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다 보니 (산재보험 적용 제외 논란이 일었던) 택배사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가 어렵다. 내부적으로 기조를 정하기 어려운 기업”이라고 털어놨다. 쿠팡이 일반 택배사들과는 달리 노동법 테두리 안에서 배송기사들의 처우를 관리하고 있는 점에만 주목한 탓에 무리한 ‘시간당 생산량’(UPH·Unit Per Hour) 시스템으로 노동자를 과로로 몰아세우는 등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물류센터 내 노동 실태에 대해선 적극 감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인 셈이다.

국회는 쿠팡의 불투명한 정보 제공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쿠팡은 국정감사 등을 앞둔 의원실의 자료 제출 요구에 ‘영업기밀’을 내세워 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국회 보좌진 다수의 설명이다. 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다른 기업과 달리 쿠팡은 영업기밀이라면서 자료를 잘 제출하지 않는다. 지난 2월 열렸던 산재 청문회 때도 쿠팡의 산재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이번에 불이 난 덕평물류센터의 고용인원 통계를 요구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회 보좌진은 “쿠팡이 배송기사 직고용을 홍보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2년 사이 대관 조직을 부쩍 강화하면서 대국회 대응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쿠팡이 국내에선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여타 기업에 견줘 정보 공개량 자체가 절대적으로 적은 현실도 작용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물류센터 유치 경쟁도 향후 사회적 감시망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요소로 꼽힌다. 일자리가 귀한 지자체로선 물류센터의 고용창출 효과를 외면하기 어렵다. 실제 쿠팡이 지난 3월 미국 뉴욕 증시에 입성한 이후 이달 17일까지 최근 석달간 충북·전북·경남·부산 등 광역시·도 4곳이 쿠팡과 1조원이 넘는 물류센터 투자 협약(MOU)을 맺었다. 쿠팡은 95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내세운다. 물류센터가 수천개의 지역 일자리를 낳는 시설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지자체나 해당 지역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회의원이 쿠팡에 날 선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은 구조인 셈이다.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법학)는 “쿠팡의 직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이기 때문에 특수고용직 신분으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못 받는 택배사 배송기사보다 근로감독할 내용도 많고, (법 적용도) 더 수월한 만큼 더 많은 감독이 이뤄졌어야 했다”며 “국회 역시 지난 산재 청문회에 나온 신영수 씨제이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처럼 쿠팡 최고경영책임자의 출석을 더욱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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