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의 기술] '미투 브랜드 大戰' 해결사 법무법인 바른 | 후발 주자 '김복남맥주', 상표권 분쟁서 승소한 비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나와서 급하게 119에 연락했는데, 우리가 아니라 김봉남포차로 출동했다니까. 하지만 손님들은 확실히 구분했다고. (김복남맥주 측).”
요식업 프랜차이즈 사업 경쟁이 심화하면서 성명 상표와 관련된 ‘미투 브랜드(me-too brand) 대전(大戰)’이 잇따르고 있다. 미투 브랜드는 인기 또는 경쟁 브랜드를 모방해 출시하는 것으로, 기존 제품 인기에 편승해 이득을 보는 것을 뜻한다. 실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상대측에서 ‘상표권 침해’라며 소송을 걸고 재판으로 이어지는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른바 ‘카피 브랜드(copy brand)’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기조가 짙어지면서 유통업계가 상표권 분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엔 ‘김봉남포장마차(봉남푸드)’와 ‘김복남맥주(맛쎈푸드)’가 맞붙었다. 법원은 후발 주자인 김복남맥주가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로펌 업계에선 이번 사건이 상표권 분쟁의 A부터 Z까지 포함하고 있는 사례이자, ‘수요자 중심’이라는 대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상표 오인혼동 판단 기준은
김봉남포장마차(봉남푸드) 측 주장 “김복남맥주는 김복남, 진짜, 맥주, 1995가 결합했지만 모두 약칭으로 ‘김복남’으로 부르잖아? 김복남은 (우리와) 외관도 유사한 데다, 또 자음동화 현상으로 김봉남으로 발음되는 등 호칭도 같아. 표장이 실제 의미하는 바(관념)도 서비스업으로 같아. 소비자가 충분히 오인혼동할 소지가 크다.”
김복남맥주(맛쎈푸드) 측 주장 “소비자들은 김복남을 분리해 부르지 않고, 김복남맥주를 하나의 단어처럼 부른다. 외관 역시 다르다. 포차는 글씨에 테두리가 없지만, 맥주는 하얀색 테두리가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김복남맥주를 포장마차 형태의 소줏집이 아니라 확실히 맥주 전문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김봉남포장마차는 2007년 ‘김봉남’ 글자를 상표출원하고 2009년 등록한 프랜차이즈 업체다. ‘김봉남포장마차’라는 표장으로 주점을 본격 운영한 것은 2015년 4월이다. 현재는 전국 가맹점이 26개까지 늘었다. 반면 김복남맥주는 2018년 7월에 설립돼 맥주 등 주류와 음식을 파는 식당업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다. 현재 가맹점은 77개에 달한다. 연간 5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선발 주자인 김봉남포장마차는 지난해 10월 “김복남맥주 상표 사용을 막아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상표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김봉남포장마차 측은 통상 상표 유사 판단 여부 기준이 되는 △외관 △호칭 △관념 등 세 가지 항목에서 유사성이 있다며, 침해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복남맥주는 기계적 유사성(추상적 오인혼동)이 아닌 ‘구체적 오인혼동’ 여부를 봐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변론했다. 즉 외관 등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수요자가 실제 오인혼동을 하는지를 봐야 한다는 주장인데, 이를 법원이 받아들인 셈이다. 이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바른의 오성환 변호사(43·변호사시험 1기)는 “아무리 객관적으로 봤을 때 유사하더라도 실제 소비자가 잘 구분하고 있고 혼동하는 사람이 없다면,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구체적 오인혼동 측면에서 수용자들이 헷갈리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SNS와 블로그, 카페 등 온갖 자료를 전부 취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동한 119도 헷갈린다고 했지만 실제 고객들은 소줏집 포차 느낌의 김봉남포장마차와 맥주와 통닭을 파는 김복남맥주를 분명히 구분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핵심은 ‘전체관찰이냐 분리관찰이냐’
또 다른 법리적 쟁점은 ‘분리관찰 여부’였다. 김복남맥주에서 김복남을 분리해서 볼 경우, 김봉남포장마차 주장대로 ‘김봉남’과 유사성이 높아진다. 반면 김복남맥주를 분리관찰이 아닌 하나(전체)로 보고 독자성을 인정받는다면 김복남맥주가 승소하게 되는 셈이었다.
일례로 봉구통닭의 경우, 봉구가 식별력이 없지만 통닭의 경우도 식별력이 없다. 둘 다 식별력이 없을 땐 ‘전체관찰’로 보는 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김복남맥주의 경우, 식별력이 없는 맥주와 달리 ‘김복남’은 사람 이름이라는 점에서 일부 식별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법무법인 바른은 소비자들이 김복남맥주를 하나(전체)로 보는 사례를 취합하는 데 공을 들였다. 오 변호사는 “한마디로 ‘자료 싸움’이었다”면서 “맛집 블로그와 카페 댓글까지 샅샅이 뒤져 수용자들이 김복남맥주를 하나의 단어처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했다.
일례로 약속 장소를 정할때 ‘김복남으로 와~’ 하지 않고 ‘김복남맥주로 와~’라고 언급하는 사례 등이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김복남맥주 사용표장 중 ‘김복남’ 부분이 독립된, 즉 상품의 출처표시 기능을 수행하는 요부(要部·중심적인 식별력을 가진 부분)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복남맥주’ 전체가 새로운 식별표지로서 기능한다고 본 셈이다.
법원은 “김복남맥주는 김복남이라는 고유명사와 맥주라는 보통명사가 결합, 비교적 짧은 5음절의 한글 문자가 띄어쓰기 없이 유기적 일체로 구성돼 있다”면서 “김복남이 맥주와 결합해 전체적으로 ‘김복남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맥줏집’이라는 독자적·한정적 의미를 형성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또 “수요자들이 포장마차 형태의 소줏집과 맥주 전문점을 구분해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령 상호를 착각해 들어갔다 하더라도 다시 나오지 않고 이를 그대로 이용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허청 출신 ‘상표권 분쟁’ 전문가 투입
사건을 대리한 오 변호사는 공학도 출신의 특허전문 변호사다.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를 나와 로스쿨을 졸업하고 특허전문 부티크펌에 입사해 변리 업무와 특허소송 업무를 익힌 뒤 특허청에 들어갔다. 전자통신 분야 특허출원 심사를 담당하고 특허법 개정 작업에도 참여하는 등 자기 분야가 확실하다. 변호사가 된 이후에도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공학 석사를 땄다. 상표권 분쟁이 있을 경우 필요한 지식인, 상표출원 및 등록과 특허 그리고 소송 관련 법리 등 ‘삼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는 셈이다.
실제 그는 봉구비어 vs. 봉구통닭, 장미맨숀 상표권 분쟁에서도 승소를 거머쥐었다. 이번 사건까지 포함해 모두 선발 주자가 문제를 제기했고, 후발 주자가 응전해 이긴 사례가 됐다. 자료 검색은 IP팀의 남연정 변호사(변호사시험 8기)가 도왔다. 오 변호사는 “요식 업계는 사람 이름이 포함된 상표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성명 상표의 유사 여부와 오인혼동 판단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했다. 한편 김봉남포장마차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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