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익원 발굴 나선 넷플릭스] 'OTT 공룡' 넷플릭스, 굿즈·게임 산업도 눈독

안소영 기자 2021. 6. 2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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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사진 블룸버그

“넷플릭스의 진짜 경쟁자는 수면 시간이다.”(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

2017년 ‘경쟁자’ 개념을 새롭게 제시했던 넷플릭스가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스포츠 중계, 광고에 의존하지 않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기본 사업으로 유지하되, 콘텐츠 기반 굿즈(상품), 게임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고, 신규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하는 시기에 맞춰 본격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6월 10일(현지시각) 쇼피파이와 파트너십을 맺고 ‘넷플릭스닷숍’을 개점했다. 현재 애니메이션 ‘야스케’와 ‘에덴’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소재로 한 의류와 모자, 시계 등을 판매 중이다. 상품 제작을 위해 나탈리 응우옌, 크리스토퍼 카이트, 조던 벤틀리 등 유명 디자이너와 손을 잡았다. 6월 말에는 루브르 박물관과 합작해 드라마 ‘뤼팽’ 굿즈를 내놓고, 수개월 내로 ‘기묘한 이야기’ ‘위쳐’ 등 오리지널 시리즈 기반의 굿즈도 선보일 예정이다.

조시 사이먼 넷플릭스 소비자 제품부 부사장은 “넷플릭스는 이야기가 스크린을 넘어 사람들의 삶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 옷, 장난감, 게임까지 넷플릭스의 세계관을 확장할 수 있을지 보고 있다”고 했다. 나이키 출신인 그는 넷플릭스닷숍을 열기 앞서 월마트, 세포라, 아마존, 타깃 등과 함께 넷플릭스 콘텐츠 기반의 의류, 장난감, 화장품 등을 판매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넷플릭스는 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훌루, HBO 맥스 등과 다르게 광고가 없고, 구독자가 지불하는 월별 구독료에 의존한다”며 “넷플릭스는 온라인 커머스를 통해 팬의 수요를 빠르게 충족할 수 있게 됐고, 현금을 새롭게 벌어들일 방법도 찾았다”고 평했다.

넷플릭스는 게임 분야도 선점하려고 하고 있다. 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비디오 게임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게임 업계 고위 임원들과 접촉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하지만 IT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2022년쯤 구독형 게임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매월 일정 구독료를 내면 게임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애플의 ‘아케이드’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넷플릭스는 시청자가 스토리를 결정할 수 있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 ‘당신과 자연의 대결’ 등 인터랙티브 무비를 제작했다. ‘기묘한 이야기’와 ‘종이의 집’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등도 게임으로 선보였다.

넷플릭스의 외도는 다양한 장르의 인터넷 사용자 관심을 끌어 사용 시간을 늘리려는 복안으로 파악된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2019년 “HBO보다 (게임 업체) 포트나이트가 더 큰 위협”이라며 “소비자를 즐겁게 하려는 경쟁자가 수천명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레고리 피터스 넷플릭스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게임은 팬과의 연결을 강화하고, 팬덤을 만들어낼 수 있는 흥미로운 구성 요소이자 중요한 엔터테인먼트”라며 “우리는 계속 (게임화를) 진행하고, 배우고 알아낼 것”이라고 했다.

넷플릭스닷숍에서 판매하는 아이템. 사진 넷플릭스

코로나 반사이익 끝…글로벌 경쟁 가열

넷플릭스가 새로운 사업에 나서는 이유엔 최근 둔화하는 가입자 수 증가세도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택에 머무는 사람이 늘면서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 신규 가입자는 1577만 명, 2분기는 1009만 명, 3분기 220만 명, 4분기 851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유료 가입자는 2억360만 명으로, 전년 말 대비 3700만 명 늘어난 수준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넷플릭스에 금세 타격으로 돌아왔다.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영화·드라마 제작이 중단·연기되면서 콘텐츠가 줄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는 398만 명에 그쳤다. 이는 예상치(600만 명)에 못 미치는 수준이자, 1분기 기준 4년 만에 최저치다. 넷플릭스는 IR보고서에 “코로나19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촬영이 지연되면서 콘텐츠가 줄어든 것이 원인”이라며 “2분기에는 신규 가입자가 100만 명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글로벌 경쟁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고, 2019년 11월부터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격은 북미 기준 월 7.99달러(약 9000원)다. 애플도 같은 시기 월 4.99달러(약 5600원)의 애플TV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플은 이미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국내 토종 OTT도 넷플릭스에 대항해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SK텔레콤의 자회사 웨이브는 올해 3월 “2025년까지 1조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티빙은 “2023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4000억원을 투자해 100여 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티빙의 모회사인 CJ ENM도 5년간 5조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다. 티빙은 내년부터 미국, 일본, 동남아 등에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plus point

넷플릭스 창업자 헤이스팅스 ‘무광고’ 승부수 통했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1960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보든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스탠퍼드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졸업 후 어댑티브테크놀로지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다가 1991년 퓨어소프트웨어를 설립했다. 6년 후 퓨어소프트웨어가 래셔널소프트웨어에 인수되자 또다시 창업을 꿈꾸며 회사를 떠난다.

넷플릭스 창업을 생각해낸 건 ‘비디오 대여 연체료’ 때문이었다. 1997년 비디오테이프를 제때 반납하지 않았다고 연체료 40달러를 낸 뒤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비디오 대여점을 직접 찾아가지 않더라도 대여할 수 있고, 연체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낸 것이다. 그는 마크 랜돌프와 함께 DVD를 우편으로 대여하는 넷플릭스를 공동 설립한다. 당시 그는 인터넷에서 비디오 대여와 감상을 모두 할 수 있도록 만들기를 원했지만,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아 이를 구현할 수 없었다. 한 때 수익성이 좋지 않아 경쟁사인 오프라인 DVD 대여 기업 블록버스터에 넷플릭스를 매각하려 했지만 실패한다.

넷플릭스는 인터넷 환경이 구축된 2000년대 중반에야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넷플릭스는 2007년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다. TV 광고에 질린 미국 시청자들은 넷플릭스의 무(無)광고 정책에 열광했다. 2010년 캐나다를 시작으로 남미, 영국, 북유럽 등 해외에 진출했다. 2013년부터는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였다. 최초의 오리지널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성공하면서 고객이 몰렸고 더욱 다양한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졌다.

넷플릭스는 한때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부러워하던 작은 플랫폼이었지만, 현재는 글로벌 1위 OTT 기업이 됐다.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2억 명 이상의 고객이 이용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재빨리 변화시키고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리드 헤이스팅스는 ‘포스트 잡스’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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