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우버' 창업자, 대륙 넘어 세계로 간다] 알리바바 영업맨 출신 청웨이의 디디추싱 나스닥 간다

이소연 기자 2021. 6. 2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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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추싱의 창업자 청웨이 회장은 알리바바 영업사원 출신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올해 여름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중국의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이 꼽힌다. 디디추싱은 6월 10일(현지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나스닥 상장 신청 계획을 제출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기업 가치를 약 1000억달러(약 113조원)로 평가하고 있어 디디추싱이 예상대로 오는 7월 나스닥에 상장하면, IPO 공모액이 올해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고 CNBC 등이 전했다. 2018년 디디추싱에 2800억원을 투자한 미래에셋글로벌유니콘펀드의 출자자인 미래에셋과 네이버는 25~78%의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디디추싱 지분 21.5%와 12.8%를 보유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 우버도 대박을 예상한다.

디디추싱은 중국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으로, 2015년 디디다처와 콰이디다처가 합병돼 탄생했다. 2016년엔 미국 최대 차량 호출 서비스 업체 우버의 중국 사업부(우버 차이나)를 인수한 후 중국 시장 점유율을 약 90%로 끌어올렸다.

디디추싱의 주요 사업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승용차와 택시를 호출하는 서비스로 자전거 공유, 택배, 금융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최근 베이징에서 시험주행 허가를 받은 자율주행 택시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디디추싱의 질주 뒤에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영업맨’ 출신으로 창업자의 길에 뛰어든 1983년생 ‘샐러리맨의 신화’ 청웨이(程维) 회장이 있다. 그는 조직의 가장 밑단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가 결국 창업까지 한, ‘흙수저’ 토종 중국 출신 사업가다.

중국 중남부 장시성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청 회장은 베이징화공대 행정관리과에 입학했다. 이후 발마사지 기기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생계를 이어가다, 22세이던 2005년 알리바바에 입사했다. B2B(기업 간 거래) 사업부에서 6년간 전자 기기를 팔며 뛰어난 영업 실적을 기록한 덕에 알리바바 내 최연소 매니저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당시 고객사를 일일이 방문한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2011년에는 알리바바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의 B2C(기업 소비자 간 거래) 사업 부문 부총경리로 승진했다.

능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2012년 사표를 던지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중국의 낙후한 교통 시스템 탓에 차량공유 플랫폼 사업에 승산이 있다고 확신하고, 운전면허도 없는 상태에서 10만위안(약 1800만원)을 들고 디디추싱의 전신인 디디다처를 설립했다.

중국의 편리한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대중교통 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창업을 강행한 것이다. 그가 시작한 사업은 음성인식을 기반으로 소비자가 앱으로 택시를 쉽게 호출하는 서비스였다. 이때 그의 나이 29세.

문제는 택시기사들 중 모바일 앱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청 회장은 직접 발로 뛰며 영업했던 경험을 가져와, 직원들과 함께 택시기사를 일일이 만나 단말기 사용법을 시연하고 이들을 설득하며 기업 기반을 다졌다. 발로 뛰는 영업 방식을 기반으로 회사는 빠르게 확장했다.

그랩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을 통해 올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사진 블룸버그

우버까지 밀어낸 강자

청 회장은 차량공유 업체의 원조 격인 우버와 맞붙어 우버차이나를 인수하는 완승을 거뒀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14년 우버의 창업자인 트래비스 캘러닉은 청 회장을 만나 디디다처 회사 지분의 40%를 팔지 않으면 “부끄러운 패배를 당할 것”이라고 경고성 제안을 했지만 청 회장은 제안을 거절하며 오히려 디디다처가 우버를 이길 날이 올 것이라고 답했다.

우버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에는 당시 택시기사들에게 2000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경쟁사인 콰이디다처와 합병을 결정했다. 알리바바 자회사 콰이디다처와 합병하면서 탄생한 디디추싱은 점유율을 90% 이상으로 높였다.

적자를 내면서도 우버가 2015년 백기를 들고 철수하도록 한 ‘힘’은 든든한 투자 유치가 받쳐줬다. 청웨이는 창업 1년 만인 2013년 차량공유 서비스 파트너를 찾던 중국 최대 SNS 업체 텐센트로부터 1500만달러(약 17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텐센트는 자신들의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과 당시 디디다처를 연결해 위챗을 통해 간편하게 택시를 부를 수 있도록 했다. 손정의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도 투자했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베팅했다.

투자 유치 성공에는 청 회장이 다년간의 영업 경험으로 터득한 소통 능력과 설득력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는 우버차이나를 넘기면서 현금을 받지 않고, 합병회사 지분(12.8%)를 받았다. 적자를 내면서도 꾸준한 투자 유치 덕에 디디다처는 2014년 사용자 1억 명을 넘어섰으며, 등록된 기사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7년이 흐른 올해, 디디추싱은 상장 계획에서 전 세계 15개국 4000여 개 도시에서 4억9300만 명이 사용하고, 등록 기사 수는 150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plus point

美 증시에 몰리는 모빌리티 업계

그랩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을 통해 올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사진 블룸버그

‘동남아시아의 우버’라 불리는 싱가포르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그랩 역시 디디추싱처럼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그랩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을 통해 올해 미 증시에 데뷔할 예정이다.

2012년 차량 호출 서비스로 시작한 그랩의 기업 가치는 396억달러(약 44조원)로, 차량공유뿐 아니라 음식 배달 서비스, 금융, 결제, 쇼핑 등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확대됐다. 그랩은 현재 동남아 8개국 350여 개 이상 도시에서 약 2억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원조 격 차량호출 업체인 우버는 2019년 5월 먼저 나스닥에 상장했다. 다만 상장 이후에도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고 있다. 2018년 기업 가치가 1200억달러(약 135조6000억원) 이상이었으나, 6월 16일 현재 시가 총액은 915억달러(약 103조3900억원)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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