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간다는데..'정치적 판단'에 전기요금 또 동결 ['유명무실' 연료비 연동제]

파이낸셜뉴스 2021. 6. 2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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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물가·서민가계 부담 등 고려"
4분기 인상 압박.. 한전 부담 가중
연료비 연동제 폐지 주장까지 나와
전기료 결정할 독립 규제기관 필요
정부가 또다시 3·4분기 전기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면서, 올해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하면 지난 2·4분기보다 3.0원 올려야 맞지만 정부가 2개 분기 연속 유보 권한을 발동해 전 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묶어놨다. 물가상승 우려와 서민가계 부담 등을 고려했다는 취지지만 정치적 판단이 개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가 4·4분기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지만 정치적 변수가 여전히 크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 생활에 영향이 큰 전기료 인상 결정을 또 미룰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정치적 판단을 배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아닌 독립된 규제기관에서 전기요금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유명무실' 연동제

21일 한국전력의 산정 내역을 보면 이번 3·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0원으로 책정됐다. 3·4분기 변동연료비는 10.31원으로 이를 적용하면 연료비 조정 단가는 1·2분기(-3원)보다 4.7원 오른 1.7원이 돼야 했지만 직전 요금 대비 3원까지만 변동 가능한 데 따른 것이다.

산술적으론 전기요금 인상이 맞지만 지난 2·4분기에 이어 정부가 2개 분기 연속 유보 권한을 이용해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이번에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비자물가 급등으로 정부가 물가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2.6% 상승하면서 9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상승에도 정부가 잇따라 인위적으로 전기요금을 묶어두면서 연료비 연동제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올해 도입된 연료비 연동제는 분기마다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구매에 쓴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도록 했지만 전혀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벌써부터 폐지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2011년에도 연동제를 도입했다가 유가 상승기와 맞물려 시행을 미루다 2014년 폐지한 전례가 있다.

4·4분기에는 인상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는 지난 20일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일각에서는 올해 유가가 2014년 이후 7년 만에 100달러 선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또한 올해 12월부터 시행되는 '전기사업법 시행령'도 인상 요인이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원전 사업비용을 전기요금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한 법안으로, 전기요금을 더 거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4·4분기는 차기 대통령선거 국면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시점이어서 서민 가계에 부담을 가중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립 규제기관 마련해야

전기요금이 객관적인 상황보다는 정치적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일각에선 독립된 규제기관에서 전기요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구조에서는 한전이 전기요금을 조정하려면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한다. 최종 결정은 전기위원회에서 내리지만 독립성을 갖춘 기관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전기요금 결정 자체가 굉장히 정책이나 국회 정당 간의 기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이런 것들에 구애를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여러가지 비용들을 반영해 결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기요금은 2013년 이후 7년 이상 동결됐다. 이 기간 한전의 총괄원가와 판매수입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요금 조정 요인이 발생했지만 방치해둔 것이다.

전기요금 동결 부담은 한전이 오롯이 지게 됐다. 연료비가 올라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하게 되면 한전에 적자가 발생한다. 한전은 적자를 메꾸기 위해 차입금을 늘리는데, 이는 엄연히 갚아야 할 빚이다. 한전은 1·4분기 5716억원의 깜짝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2·4분기에는 악화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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