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로 옮겨간 전기차 전쟁.. 완성차·배터리업체 합종연횡 가속

민서연 기자 2021. 6. 2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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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전쟁이 배터리 싸움으로 옮겨붙고 있다. 배터리가 전기차의 원가부터 성능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되면서 최신 배터리를 공수하고, 좋은 차량에 탑재하기 위한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의 합작사 설립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내재화를 고심하고 있으나, 개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려 합종연횡 바람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포르셰는 20일(현지 시각) 충전시간을 크게 단축할 고성능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독일의 리튬전지회사인 커스텀셀스와 합작투자를 발표했다. 포르셰는 수천만 유로를 투입해 새로운 벤처기업의 지분 83.75%를 확보할 계획이며 2024년부터 소규모 생산을 시작한다. 올리버 블루메 포르셰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새 배터리는 15분 안에 충전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포르셰 전기차인 타이칸은 배터리를 5%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22분이 걸린다.

포르셰 순수전기차 타이칸 4S. /포르쉐코리아

이미 완성차 업계에서는 배터리 업체와의 합종연횡이 트렌드로 꼽힐 정도로 활발하다.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합작사 및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며 미국 포드는 SK이노베이션(096770)과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했다. 포드에 대항한 제너럴모터스(GM)도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를 설립해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공장 설립을 계획 중이다. 중국의 대표 배터리업체 CATL도 자국 전기차업체 니오와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했다.

전동화 시대를 맞이한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의 합종연횡은 서로의 요구가 잘 맞은 사례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40% 안팎을 차지한다. 전기차가 내연기관보다 비싼 초기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적게는 수십 년부터 많게는 백 년간 내연기관 모터를 구동계로 발전시켜 온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구동계를 위해 배터리 개발 초기부터 나서면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할 뿐더러, 전기차 시장 초기 점유율을 놓치게 된다. 하지만 합작사를 활용하면, 최신 사양을 탑재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 배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배터리사도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해 시장 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업계 점유율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CATL 등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거세지만, 미·중 갈등과 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이들은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구축을 꺼리고 있다. 미국과 우호적인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최근 한국 배터리업체들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얼티엄셀즈가 미 오하이오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업체와 협력하면서 자체 기술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폭스바겐은 지난 20일 배터리 원재료 업체들을 만나 유통체인을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폭스바겐은 2023년부터 새로운 통합 셀을 도입해 2030년까지 자사 전기차 80%에 탑재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테슬라 역시 지난해 독일 배터리업체 ATW오토모티브를 인수해 배터리 수직계열화 작업에 나섰으며 토요타는 2025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양산 체제를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향후 배터리 공급부족 발생 시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선제대응 차원이다. 빠르면 2025년부터 전기차 등 친환경차만 판매해야 하는데, 이때 지금의 반도체 공급난처럼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 공급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오는 2023년부터 배터리 수요가 공급을 7% 초과하는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2025년에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

다만 당장 전기차를 팔아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하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단기간 자체노력으로 양산차에 탑재 가능한 정도의 배터리를 만들어내는 건 무리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LG만 해도 2000년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나서 2009년 시제품 양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며 “배터리를 내재화하고 싶은 완성차 업체들이 많겠지만, 당분간 배터리 업체와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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