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명 기다리는데 3분의 1로 깎인 집수리 예산..서울시 '탈도시재생' 때문?

허남설 기자 2021. 6. 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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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롯데타워에서 바라본 시내 저층주거지. 김기남 기자


서울시가 노후 저층주거지에 집수리 보조금을 지원하는 ‘서울가꿈주택’ 신청자가 전년보다 크게 늘었는데도 관련 예산 확보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오세훈 시장의 ‘탈도시재생’ 기조 때문에 노후주택 개선 사업이 뒷전으로 밀렸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21일 경향신문이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올해 가꿈주택 예산 65억5000만원은 신청 마감일보다 3개월 앞서 동이 났다. 시는 당초 지난 2월15일부터 오는 7월30일까지 신청을 받기로 했지만 신청자가 예년보다 급증해 4월23일 2200여건으로 접수를 마감했다. 지난해 2~9월 모집 기한 중 1700여건을 접수한 데 비해 신청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접수 마감 후 소관 부서인 도시재생실엔 “왜 더 이상 신청을 받지 않느냐”는 민원이 쇄도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올해 신청 건 중 1200여건은 예산 초과로 지원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시가 수요 예측을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관련 예산을 반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서울시가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추경안에는 가꿈주택 예산이 현재 추가 수요의 3분의 1 정도만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도시재생실은 78억원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시 예산당국은 26억원만을 책정했다. 이 예산으로는 기존 접수분 중 700~800여건이 지원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가꿈주택이 20년 이상 된 주택을 지원 대상으로 삼는 만큼 ‘노후주택 생활여건 개선’을 외면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꿈주택 지원 규모는 2019년 600여건에서 지난해부터 3~4배가량 급증했다. 그만큼 노후 주거지 저변에 수요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도시재생실 관계자는 “근처 집들이 변하는 걸 보면서 신청자가 크게 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도시재생 사업에 부정적인 현 서울시 기류가 가꿈주택 예산 축소로 나타난 것이란 말도 나온다. 전석기 시의원은 지난 16일 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오 시장이 재생사업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예산부서가 일부러 예산을 줄인 것 아니냐”고 말했다.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기존 접수분은 다 지원할 수 있도록 54억원 증액을 권고하기로 했다.

서울시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현재로선 (시의회 권고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집수리 현장 확인, 집행 심의, 공사 결과 확인, 자치구 예산 배정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올해 안에는 26억원 정도를 집행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실 폐지 등 재생 사업을 축소하는 시정 기조와 관련성에 대해선 “전혀 상관없다”고 했다.

가꿈주택은 도시재생활성화지역, 관리형 주거환경개선사업구역, 골목길재생사업지역 등 주택성능개선지원구역(재개발·재건축 예정지 제외) 내 20년 이상 된 단독·다가구주택, 공동주택(개별 세대) 집수리 비용을 50% 이상, 최대 170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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