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강판 올해만 톤당 40만원 뛰어..가전할인 프로모션 확 줄어드나

전희윤 기자 2021. 6. 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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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가전까지 도미노 인상
가전업계 원자재 상승분 반영안해
수익악화 지속땐 가격인상 저울질
해외선 반도체 부족에 車값 '껑충'
고무값 2배 쑥..타이어도 인상 시동
전문가들 "원자재發 인플레 우려"
[서울경제]

원자재 가격 폭등이 가전·자동차·정유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제품 가격 상승의 압력을 높이고 있다. 특히 원재료 값 상승에 따라 철강업계에서 컬러 강판의 가격을 올리며 이를 소재로 사용하는 TV·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가격도 줄줄이 ‘도미노 인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가전업계에서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에 반영하지 않았지만 이미 일부 국가에서 가격 인상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들도 하반기부터는 프로모션 축소 등을 시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하며 예의 주시하고 있다. 소비자와 약속한 출고가는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뛰는 원자재 가격에 수익성이 악화할 우려가 커지며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전업계는 워낙 가격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 제품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원자재 가격이 몇 개월째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오르기만 하고 있어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가전업계가 최근 특히 예의 주시하는 품목은 컬러 강판이다. 철광석 등 원재료의 거침없는 가격 상승세에 동국제강·KG동부제철 등의 업체들은 이달부터 건축 자재용 컬러 강판을 20만 원 인상했다. 컬러 강판은 올 들어 톤당 40만 원 넘게 가격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준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톤당 218.9달러를 기록하며 연초보다 32.43%나 뛰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13%나 올랐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컬러 강판이 소재로 들어가는 TV·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가격도 줄줄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전자·가전제품의 가격에 이 같은 ‘원자재 쇼크’의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했다. 중국의 대표 스마트폰·가전업체인 샤오미는 지난 4월 “전 세계적인 TV 패널과 반도체 가격의 변동으로 소매가격을 조정한다”며 ‘샤오미TV’와 ‘레드미TV’ 가격을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가전업체인 메이디그룹도 가전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까지는 대다수 기업들이 소비재 가격을 조정하는 수준은 아니었다”면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기업들로서는 수익성 악화를 겪거나 그러한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하반기까지 원자재 가격이 꺾이지 않는다면 업체들은 출고가를 변경하는 대신 프로모션을 줄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완성차업계에서는 하반기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체가 자동차용 강판의 납품 가격을 추가 인상할 경우 출시를 앞둔 신차 모델의 출고가도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완성차업계는 올 초 차량용 반도체 부품 조달 문제가 불거질 때부터 소비자 부담 등을 우려해왔다. 5월 반도체 보릿고개를 거치며 수급 상황은 더욱 악화했고 주문 후 인도까지 짧게는 수 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소비자들은 중고차로 눈을 돌리면서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가격을 역전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을 줄이자 수요가 공급이 웃도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지난달 평균 판매 가격은 1년 전보다 7% 상승했다. 중국에서도 완성차 회사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차 판매 가격을 올리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달 8일 모델3 세단 가격을 1,000위안(약 17만 원) 인상했다. BMW도 430 세단의 가격을 5만 위안(약 800만 원)가량 인상했고 렉서스 ES200 세단 가격도 1만~1만 5,000위안 올랐다.

타이어업계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물류 대란의 직격타를 맞아 운반비가 상승한 데다 원재료인 고무 가격도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타이어 원료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천연고무 가격은 최근 1년간 2배로 뛰었다. 이에 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는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타이어 가격을 올렸다. 추가로 오는 7월 유럽 타이어 공급가를 기존 대비 3~5%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연쇄적인 소비자 가격 인상이 일어날 경우 경기회복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와 철강 등 건설 자재의 수급 차질이 발생하며 제조업과 건설업 생산이 일시적으로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성 교수는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은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글로벌 경기의 점진적인 회복세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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