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년째 말로만 "稅혜택 축소"..조세지출 27조 늘었다

세종=우영탁 기자 2021. 6. 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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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논리에 무너진 조세원칙]
<중> 시대에 뒤떨어진 세제
최근 3년 간 '특례심층평가'서
축소 의견 11건 중 1건만 수용
올 국세감면 56.8조 최고 예상
"국가재정 파열음" 우려 목소리
[서울경제]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지난 1999년 도입돼 신용거래 정착과 자영업자의 과표 양성화라는 목표를 일찌감치 성공적으로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간의 최종 소비지출 중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90%에 달한다. 이에 한국조세재정연구원도 2018년 조세특례심층평가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을 했지만 정부는 오히려 같은 해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박물관·미술관 입장료에 대한 추가 공제를 포함하며 확대 시행했다.

정부가 매년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하지만 정작 지난 3년간 조세특례심층평가에서 특례 축소 의견을 제시한 11건 중 실제로 혜택이 없어진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 혈세를 들여 평가를 진행한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국세 감면율은 이런 가운데 사상 처음 한도를 3년 연속 초과했으며 2011년 29조 6,000억 원에 불과했던 조세 지출 규모는 올해 56조 8,000억 원으로 10년 사이 두 배로 증가했다.

21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조세특례심층평가에서 신용카드(체크·현금 포함) 사용액 소득공제·비과세종합저축에 대한 과세특례 등 11건은 공제율을 인하하거나 수혜 대상을 축소하라는 의견(축소 연장)이 나왔다. 그러나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서 실제로 혜택이 줄어든 특례는 절반에 못 미치는 5건이었고 이마저도 국회 의결 과정에서 4건은 특례가 그대로 유지됐다. 결국 축소를 권고한 11건 중 한 건을 제외하고는 세액을 깎아주는 특례가 관례처럼 연장된 셈이다.

조세특례는 해당 연도에 일몰이 도래하고 연간 감면액이 300억 원 이상인 경우 심층평가를 한다. 심층평가 한 건당 7,000만 원의 예산이 편성된다. 1년에 약 20건의 조세특례심층평가를 수행하며 3년간 36억 8,000만 원이 심층평가에 투입됐지만 정부와 국회의 눈치 보기에 휴짓조각이 됐다. 조세재정연구원장을 지낸 박형수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세금 감면을 줄일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이럴 거면 세금을 들여 심층평가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농어업 관련 조세특례는 관행적으로 특례가 연장되는 분야다. 지난해 말 일몰이 도래한 농업 분야 국세 특례 11건은 모두 2년씩 연장됐다. 농촌 주택 취득 후 기존 주택 양도 시 1가구 1주택 특례는 2년 연장될 뿐 아니라 660㎡(200평) 이하 요건을 삭제했다. 농협 조합원의 1,000만 원 이하 출자금 배당소득 비과세 등 특례의 일몰 기한도 오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2년 연장됐다. 정부 관계자는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의 요구에 특례를 없애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과세 특례를 수술하겠다고 했다가 공염불에 그치는 일이 반복되면서 국세 감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기재부의 ‘2021 조세 지출 기본 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세 감면액은 56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53조 9,000억 원)보다 2조 9,000억 원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 감면 폭도 점차 커지고 있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조세 지출 규모 상승률은 연평균 8.7%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4.8%의 두 배에 달한다. 조세 지출은 특정 정책 목표를 정부가 걷어야 할 세금을 면제하거나 줄여주는 것으로 실제 예산 지출은 없지만 세금을 줄여줘 재정 확대와 유사한 효과를 낸다.

국세 감면액과 국세 수입을 더한 금액에서 국세 감면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국세 감면율도 올해 15.9%로 전년(15.4%)보다 0.5%포인트 늘어나며 법정 한도인 14.5%를 3년 연속 넘길 것으로 예측됐다. 국세 감면율이 법정 한도를 넘긴 것은 올해를 포함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2009년과 2019·2020년 다섯 번뿐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재정 지출이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세금 감면이 더해지며 국가 재정에 파열음이 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세지출예산서에서 전망한 지출 규모와 실제 실적치 간 오차도 상당한 상황이다. 2019년 세목별 감면 실적액 1,000억 원 이상인 항목 43건 중 70%에 달하는 29건이 5% 이상 과소 또는 과다 전망을 했다. 조세지출예산서에서 항목·세목별로 조세 감면액의 추계 근거를 제시하지만 조세 감면액 추정에 활용된 세부 자료와 방법론의 미공개로 조세 지출 규모 추정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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