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정책이 '가짜 탄소중립'인 이유

한겨레 2021. 6. 2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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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론]  홍석환 ㅣ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는 미래의 잠재위협이 아닌 현재 지구에서 벌어지는 가장 심각한 문제다. 이에 우리나라도 지난달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했다. 그런데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대통령의 선언에 찬물을 끼얹는 온실가스 배출 확대정책을 ‘그린뉴딜’의 이름을 달고 추진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산림청의 ‘30억그루 나무심기’와 산림바이오매스에 대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REC) 가중치를 상향하려는 계획이 그중 하나다.

세계에서 에너지 이용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4분의 3 가까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에너지로의 전환은 탄소중립을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그런데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친환경에너지 중에 산림바이오매스도 포함되어 있다. 특히 미이용바이오매스는 태양광보다 최대 3배 가까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 가중치를 인정받는다. 그런데 잠깐만 생각해봐도 아주 이상하다. 나무는 화석에너지처럼 탄소배출을 통해야만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산림바이오매스로의 전환은 온실가스를 온실가스로 대체하겠다는 궤변이 된다. 오히려 동일량의 에너지를 얻기 위해선 석탄 등 화석에너지보다 훨씬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시킨다. 좀 더 쉽게 살펴보자.

나무는 뿌리, 줄기, 가지, 잎 등으로 구성되는데,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몸체를 키운다. 이들 모두를 수확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산에서 수확하는 나무는 줄기의 굵은 부분만을 가져오며 나머지는 산에 남겨두게 된다. 버려지는 부위 중 뿌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30% 전후다. 줄기 중 얇은 부분도 수확하지 않으니, 나무 한 개체만 봐도 절반이 넘는 양이 산에 버려진다. 버려진 나무는 탄소를 배출할 뿐이다.

숲에는 수확할 만한 크기의 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간키나무, 작은키나무들이 함께 어우러져 상생하는 사회를 이룬다. 그런데 이들 중간키나무와 작은키나무는 큰나무 벌목 과정에서 모두 베어 버려진다. 이들의 비중은 숲마다 달라 수치를 내기는 어렵지만 아무리 적게 잡아도 결국 숲을 벌목하면 오랫동안 숲이 저장한 탄소의 최소 50% 이상, 아교목과 관목이 발달한 지역은 70% 이상이 그 자리에 고스란히 버려지게 된다. 숲에서 나무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하는 토양 탄소의 배출을 고려하면 더욱 심각해진다.

최근 나무를 베는 기준연령이 줄어들면서 제재목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어린나무들이 모두 베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 가중치가 높은 미이용바이오매스로 둔갑하는 것이다. 가뜩이나 제재목 활용 비율(2020년 12.7%)이 적은 우리나라에서 나무를 때는 사업에 세금 지원을 늘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나무들은 주로 500㎿ 이상 발전사업자에 가해지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제(RPS)를 채우기 위해 단순히 태워지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나무는 건조를 잘해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생나무의 경우 펠릿 생산량만큼의 나무를 태워 건조한다. 이 경우 총량의 50%가 아닌 25%만이 우리가 쓰는 에너지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셈이다. 나무의 생산, 이동, 가공 과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화석에너지는 계산에 넣지 않았다.

동일량의 전기 생산을 위해서 펠릿발전은 석탄화력발전보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계산 결과를 지난 9일 기후솔루션이 발표한 바 있다. 그러니 펠릿 생산을 위해 버려지는 나무를 생각하면 동일량의 전기 생산을 위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석탄에 비해 최소 4배 이상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산림바이오매스는 탄소를 과도하게 배출하는 에너지에 불과한데, 최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 가중치 변경을 앞두고 산림청은 산림바이오매스의 가중치를 높이기 위해 두 발 벗고 움직이고 있다. 탄소배출을 줄여야만 하는 지구적 과제를 실천하려는 대통령의 선언을 가볍게 무시하고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만약 산림청이 환경을 위한다면, 이런 마구잡이식 어린나무 베기를 지양하고 벌기령을 늦춰 제재목 사용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탄소중립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은 바이오매스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 가중치를 없애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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