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20%는 20년간 항상 플러스… 이 우등생 주식은 [왕개미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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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기차, 음식료, 화학, 정유, 바이오, 금융 모두 하나씩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사 모았더니 30개가 넘네요.”
주식 계좌에 종목 수가 지나치게 늘어나 ‘주식 백화점'이 됐다며 고민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주식은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해서 여러 종목을 담았는데, 그러다 보니 종목 수가 지나치게 많아져서 제때 대응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것이다.
직장인 투자자인 황모씨는 “지인들이 추천하는 종목마다 다 좋아 보여서 이 종목 저 종목 담다 보니 벌써 30개가 넘었다”면서 “전업 투자자도 아니고 회사원인데 종목 수가 너무 많으니 관리하기도 힘들고 성과도 시원치 않다”고 했다.
◊초보는 주식 백화점 차리기 쉬워
소액 투자자가 다수의 종목을 보유하는 ‘주식 백화점' 트렌드는 코로나 이후 주식 초보자가 급증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1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10종목 이상 보유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 비율은 13%로 전년(8.7%)보다 4.3%포인트 늘었다. 특히 종목을 1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개인은 1만4091명으로, 전년 대비 65% 급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액 투자자가 주식 백화점을 차리는 것이 반드시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특정 종목의 전망이 밝다는 말에 이것저것 충동 매수해서 포트폴리오에 담을 것이 아니라, 수익률 상위 20%에 속할 수 있는 우등생을 잡으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는 “시장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탁월한 종목이 상승기에 더 많이 오르고, 약세장에서도 제한적인 하락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변덕스러운 증시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저점에서 잡아서 고점에서 팔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탁월한 종목을 고르는 작업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20년간 상위 20%는 항상 플러스
전설적인 투자자인 필립 피셔는 “보유 종목이 너무 많다는 것은 그 투자자가 주도 면밀하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확신이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종목 발굴 능력을 제대로 갖춰야 비로소 주식이 중요한 재산 증식 수단이 될 수 있고, 큰 부(富)도 일굴 수 있다는 의미다.
체계적으로 분석해서 종목을 신중히 골라낸 투자자들의 성과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21일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가 지난 2002년부터 20년 동안의 코스피 종목의 연간 수익률(연초부터 연말까지)을 살펴 봤더니, 연간 수익률 상위 20%에 속하는 우등생들의 평균 수익률은 단 한 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았다.
상위 20% 종목들은 증시가 정체 국면에 있었던 2013~2016년에도 평균 87%의 수익을 냈다. 또 글로벌 금융 위기로 코스피지수가 40% 넘게 떨어졌던 2008년에도 손실을 보지 않고 오히려 0.5%의 수익률로 선방했다. 종목 발굴의 힘이 시장의 등락을 무시해도 될 정도로 강력했던 것이다. 분석 대상인 20년 가운데 7번은 상위 20% 종목의 평균 수익률이 100%를 넘었다.
상위 20% 종목을 찾는 작업은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다양한 팁을 참고할 수 있다. 일반인이라면 일상 생활에서 매력적인 대상을 골라낼 수 있다. 예컨대, 마트나 홈쇼핑에서 완판되는 상품이 있다면 해당 회사를 살펴 보면서 아이디어를 찾는 식이다. 특정 업종을 오래 지켜본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 역시 종목 발굴의 보고(寶庫)다.
김종설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장은 “한국 증시는 특정 테마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관련 종목들이 시장 대비 높은 초과 수익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그 해의 주도주는 가급적 장기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대 매력도를 따지는 훈련도 필요하다. 이건규 대표는 “열 손가락 중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투자는 돈이 연결되어 있으니 때로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만약 100% 상승 여력이 있는 종목을 발굴했다면 10~20% 상승 여력이 있는 종목을 과감히 포기해야 주식 백화점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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