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눈치보는 전기료..원가 4% 올라도 동결
정권 지지율 하락 의식한 정부
유가·석탄 가격급등 불구하고
2분기 연속 인상 유보권 발동
대선·탈원전 청구서 부담 등
일각선 '정치논리' 개입 비판
표면적 명분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물가이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국면에 전기료를 인상하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분기에는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전기료를 동결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정부가 올해 처음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를 스스로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기료가 '연료비 연동제'가 아니라 '지지율 연동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한전은 올해 3분기(7~9월분)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를 1·2분기와 동일한 kwh당 '-3원'으로 책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전기요금은 1·2분기와 같다.
한전은 올해부터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 수입 가격의 등락을 반영해 3개월 주기로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1년간의 평균 연료비(기준 연료비)에 직전 3개월간의 평균 연료비(실적 연료비)를 뺀 변동분이 요금 산정의 기준이 된다. 한전에 따르면 7~9월분 세후 연료값(실적 연료비)은 1㎏ 기준 유연탄 133.65원, LNG 490.85원, 벙커C(BC)유 521.37원이었다. 2분기 전기료 산정 당시 유연탄 113.61원, LNG 508.97원, BC유 442.64원에 비해 오른 액수다. 특히 유연탄과 BC유가 17% 이상 올랐고, LNG값만 3.6% 떨어졌다. 이를 반영한 총 실적 연료비는 2분기 288.07원에서 3분기 299.38원으로 3.9% 상승했다. 지난 1분기(유연탄 108.65원, LNG 350.24원, BC유 373.33원)와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한전이 밝힌 단가 산정 내역을 살펴보면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0원으로 2분기보다 3원 올랐어야 한다. 조정단가 변동폭 제한(±3원)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4.7원이 올랐어야 한다는 계산도 자료에 포함됐다. 그만큼 원가 상승에 따른 전기료 인상 압력이 컸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와 2분기 이후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 안정을 고려"해 한전에 3분기 조정단가를 동결하라고 통보했다. 정부로서는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상황에서 전기료 인상으로 '탈원전 청구서' 논란까지 불거지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오는 7월부터 월 200kwh 이하 전력을 사용하는 일반 가구의 전기요금이 현행보다 2000원 오르는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하반기에도 현재와 같이 높은 연료비 수준이 유지되거나 연료비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에 대통령선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물가 안정이란 이유를 들어 원가 변동에 따른 연료비 조정을 막는 것 자체가 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셈"이라며 "복잡한 계산식만 덧붙였을 뿐 사실상 정부가 입맛대로 전기료를 결정하는 과거 구조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한전의 경영을 안정화하겠다는 연료비 연동제의 취지를 감안하면 그때그때 정부가 동결을 통보하는 식의 구조는 앞으로도 계속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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