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률 47%' 초라한 성적 받은 큐어백의 mRNA백신, 과학자들 왜 실패에 주목하나

조승한 기자 2021. 6. 21. 16: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RNA백신 실패 원인 찾아 설계시 반영 추진
독일 제작사 큐어백이 개발한 mRNA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3상 중간 결과 예방률이 47%로 나타났다. 큐어백 제공

독일 제약사 큐어백이 개발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 중간 결과 예방률이 47%로 나타났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모더나에 이어 세 번째 mRNA 백신으로 기대를 모으던 후보가 실패에 가까운 초라한 성적을 받으면서 과학계에선 원인 찾기에 나섰다. 과학자들은 큐어백이 mRNA 설계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과 달리 자연 물질을 쓰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다만 큐어백의 2세대 백신이 전임상에서 높은 효과를 보여 여전히 가능성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학계는 이번 실패 결과를 분석함으로써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하는 다른 기업뿐 아니라 향후 다른 감염병에도 적용될 mRNA 백신 설계에서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과학잡지들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큐어백의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이 실패하면서 mRNA 백신의 설계에 새로운 과제가 등장하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큐어백이 개발한 mRNA 백신 'CVnCoV'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과 같이 지질나노입자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암호화한 mRNA를 담아 전달하는 백신이다. 처음 설계 때 영하 70도에서 보관하도록 한 화이자 백신과 영하 20도에서 보관하도록 한 모더나 백신과 달리 영상 2~8도 저온에서도 유통 가능하도록 설계돼 기대를 받아 왔다.

그러나 큐어백이 16일 발표한 3상 임상의 중간 결과에 따르면 큐어백의 코로나19 mRNA 백신 예방 효과는 47%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 승인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큐어백은 유럽과 남미 10개국 4만 명이 참여한 임상시험에서 중간 경과까지 134명이 코로나19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47% 효과를 여기에 위약 그룹에서 88건, 백신 접종 그룹에서 46건의 감염자가 확인된 것이다.

큐어백의 3상 임상은 80명의 환자가 추가되면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나 전망은 밝지 않다. 큐어백은 약 3주면 최종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간 결과 이후 백신 효능이 뛰어나도 이미 기존 모수가 결과에 반영된다는 것이 문제다. 때문에 큐어백의 3상 임상 최종 결과는 백신 허가의 최소 기준인 예방 효과 50%를 겨우 넘기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란츠 베르너하스 큐어백 최고경영자(CEO)는 “결과는 냉정했다”고 말했다.

큐어백은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받아든 이유로 임상 기간 변이 코로나바이러스가 임상지역 곳곳에 빠르게 확산한 것을 들었다. 134명 중 124명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총 13종의 변이가 확인됐다. 단 1건만 변이가 나타나지 않은 바이러스였다. 124건 중 57%가 알파, 베타, 델타, 감마 등으로 불리는 우려 변이였다. 나머지는 페루에서 처음 발견된 람다 변이 등 다른 변이였다.

그러나 다른 mRNA 백신이 변이에 대해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이 문제다. 화이자 백신은 영국 변이로 알려진 알파 변이 예방률이 92%, 인도에서 발견된 델타 변이 예방률은 83%로 나타났다. 베타 변이에도 75%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슬린 노이질 미국 메릴랜드대 백신개발 및 글로벌보건센터 교수는 사이언스에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변이에 잘 동작한다”며 “다른 백신 임상과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만 변이가 이 정도 영향을 준다고 믿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mRNA 백신의 작동원리.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스파이크단백질의 유전정보를 담은 mRNA는 사람의 세포로 들어가 스파이크단백질을 만든다. 이를 바이러스 침입으로 착각한 인체는 스파이크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낸다. mRNA 백신이 후천성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IBS 제공(자료 Topol, 2020)

때문에 과학자들은 큐어백 백신에 쓰인 기술을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과 비교하며 실패 원인을 찾고 있다. mRNA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암호화해 전달한다. 여기에 쓰는 mRNA는 자연에 존재하는 걸 모방한 인공 mRNA다. 세포가 백신 mRNA 자체를 침입자로 인식하고 면역 반응을 과도하게 일으키면 항원 단백질을 생산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초기 mRNA 백신은 개발 단계에서 너무 독성이 강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러던 중 현재 바이오엔테크 수석부사장인 카탈린 카리코 박사와 드류 와이즈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가 2005년 유리딘을 ‘수도유리딘’으로 대체하면 면역 반응을 피하고 단백질 생산이 잘 일어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길이 열렸다. 이후 비슷한 대체재들이 개발됐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RNA의 4가지 뉴클레오사이드 중 하나인 유리딘을 ‘메틸수도유리딘’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면역 문제를 해결했다.

자연 유리딘을 아예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큐어백은 자연 유리딘을 그대로 활용하는 '천연 mRNA' 백신 기술이 오히려 장점이 있다고 봤다. 유리딘이 면역 반응을 촉발하면 면역체계가 활성화하면서 오히려 면역 반응이 필요한 백신의 효능이 높아질 것으로 본 것이다. 실제로 큐어백은 이를 자사 백신의 장점으로 홍보해 왔다. 큐어백은 대신 자사의 기술인 염기서열 최적화를 통해 자연 유리딘의 생산력 감소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고도 봤다.

그러나 이번 임상 결과로 mRNA 백신에서는 유리딘을 대체하는 개발 방향이 좀 더 효과적인 것 아니냐는 쪽으로 과학계의 의견이 조금 더 기울어가는 분위기다. 네이처는 “새로운 큐어백 데이터가 나오면서 많은 과학자들이 이에 동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와이즈만 교수는 사이언스에 “바이오엔테크에서 둘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mRNA를 변형한 경우 항체 반응이 높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다른 요소도 이번 결과의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하나 주목받는 것은 1회 접종에 쓰이는 mRNA 양이다. 큐어백은 1회 접종에 12마이크로그램(㎍·100만 분의 1g)을 쓴다. 반면 화이자는 30㎍, 모더나는 100㎍을 쓴다. 큐어백은 1상 임상에서 2~20㎍을 실험해 효능과 안전도 사이에 최상의 수치로 확인된 12㎍을 정량으로 정했다.

큐어백이 상대적으로 낮은 용량을 쓴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자연 유리딘의 면역반응 문제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상 임상연구에 참여한 피터 크렘스너 독일 튀빙겐대 교수는 큐어백이 고용량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연 유리딘의 문제인지 아니면 복용량 문제인지, 혹은 둘 다의 문제인지 확실하지는 않다”면서도 “아마도 자연 유리딘의 내약성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초기 1상 임상에서 큐어백의 백신이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보다 낮은 결과를 받았을 때 이를 감안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백신 1상 임상에서 중화항체 정도가 회복기 환자의 혈장 속 중화항체 정도와 비교했을 때 2배가 넘는 수치가 나왔다. 반면 큐어백은 회복기 환자와 중화항체 정도가 비슷했다. 존 무어 미국 코넬대 미생물학부 교수는 사이언스에 “백신의 면역원성이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큐어백의 염기서열 최적화에 문제가 있다거나, 저장 온도가 다른 백신과 달리 저온이기 때문에 저장과 운송 과정에서 mRNA 분해가 가속화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어떠한 것이 원인인지를 정확히 밝히려면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프리 울머 백신 연구 컨설턴트는 네이처에 “아직은 어느 것이 더 나은 기술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며 “모든 문제는 한 가지 해결책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큐어백이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개발 중인 2세대 코로나19 백신은 원숭이 전임상 연구에서 기존 큐어백 백신에 비해 중화항체 형성 정도가 10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리올라 포틴 믈레체크 큐어백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적화가 더욱 진행되는 만큼 천연 mRNA 백신이 선택사항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2세대 백신은 올해 3분기 중 임상시험이 시작될 전망이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