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코인업체·거래소, 진흙탕 폭로전
[경향신문]
피카프로젝트 ‘갑질 폭로’
“이벤트용 500만개 요구 뒤
물량 97% 거래소가 먹어”
업비트 ‘사실무근’ 반박
“코인 2배 이상 무단 유통”
양측, 진실 공방 소송 예고
가상통화 규제 강화로 대형 거래소들의 ‘잡코인’ 솎아내기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퇴출’ 코인이 늘어나면서 상장폐지 코인을 발행한 업체가 거래소에 ‘코인 상장 대가’를 지불했다고 폭로하는 등 발행업체와 거래소 간 진실 공방도 벌어졌다. 양측이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혀 갈등은 진흙탕 싸움으로 악화하는 양상이다.
거래대금 기준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인 업비트는 지난 18일 저녁 코모도(KMD)와 피카아트머니(피카 코인) 등을 포함한 코인 24종에 대한 거래지원을 오는 28일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업비트는 지난 11일에도 코인 5종의 원화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업비트 상장 ‘김치코인’(국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 83종 가운데 약 35%가 퇴출 대상으로 확정된 셈이다. 2위 거래소 빗썸은 지난 17일 코인 4종을 상장폐지한다고 밝혔다. 업비트와 빗썸이 유의종목으로 지정한 코인을 포함하면 두 거래소 원화 시장에 상장된 코인 225종 가운데 17종이 다음달 중순까지 상장폐지 위험에 처한다.
업계 안팎에서는 9월 말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본격 시행을 앞두고 은행의 평가를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잡코인’ 비중이 높을수록 시중은행이 실명계좌 계약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거래대금 기준 5위권인 거래소 프로비트는 지난 1일자로 전체 코인(365종)의 무려 66%에 해당하는 145종을 상장폐지하기도 했다. 실명계좌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은 재계약을 위해 이달 들어 은행 실사를 받고 있다.
상위 거래소들이 연일 대규모 상장폐지를 발표하면서, 상장폐지를 당한 코인 발행업체와 거래소 간 폭로전도 벌어지고 있다. 피카 코인 발행업체 피카프로젝트는 지난 20일 블로그에 ‘지난 1월 피카 코인 상장 당시 업비트가 상장 기념 이벤트 물량으로 피카 코인 500만개를 요구했고 이는 사실상 상장비였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업비트가) 500만개를 받아 3%는 사용하고 97%는 고가에 매도해 수수료 외 별도 수입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담당자들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를 공개했다.
업비트는 21일 홈페이지에 “이벤트에 사용하고 남은 잔여 디지털 자산을 일체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매매한 사실이 없다”면서 피카프로젝트가 최초 유통 계획의 2.7배에 달하는 디지털 자산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유통했다고 반박했다. 거래소가 상장폐지 이유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양측의 갈등은 법정소송으로 비화할 전망이다. 업비트는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피카프로젝트도 지난 17일 “업비트가 일방적으로 거래지원 종료를 통보했다”면서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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