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부족 농가 돕자" 화천군 공무원 팔 걷었다
[경향신문]
코로나 사태로 인력난 심화
외국인 노동자 입국 차질에
인건비도 올라 농가 ‘발 동동’
양파 수확 현장 등 긴급 투입
애타던 농민들 “감사” 연발
정선 등 다른 지자체도 지원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격이지요.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밭으로 직접 찾아와 수확작업을 도와주니 정말 고맙죠.”
지난 18일 오전 강원 화천군 상서면 부촌리의 한 밭에선 20여명이 양파를 수확하기 위해 바쁜 손놀림을 이어가고 있었다. 쪼그려 앉은 자세로 양파를 하나씩 뽑느라 여념이 없던 이들은 화천군 자치행정과 소속 공무원들이다. 이들이 이날 5시간가량 비지땀을 흘리며 4785㎡ 규모의 밭에서 수확한 양파는 어림잡아 30여t에 달한다.
양파 수확작업을 마친 정병혁 주무관(31)은 “자원봉사를 나온 만큼 농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점심식사는 물론 마실 물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준비해왔다”며 “오후 5시 이전에 양파 수확작업을 끝내기 위해 직원 모두가 쉬지 않고 일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밭 주인인 김종선씨(65)는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김씨는 “8만2500㎡(2만5000평) 규모의 농지에서 양파와 당근, 수박 등을 재배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인력난이 심해져 파종과 수확작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보통 3~5개월가량 단기 고용하던 ‘외국인 계절노동자’의 입국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데다 내국인 노동자도 장거리 이동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 인건비가 크게 상승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화천을 비롯해 강릉, 양구, 영월, 인제, 평창, 홍천, 횡성 등 강원도 내 8개 시·군의 567개 농가는 지난 2월 법무부로부터 외국인 계절노동자 4631명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 등에서 인력 송출을 꺼려 현재까지 입국한 외국인 계절노동자는 양구 농가에 배치된 153명(우즈베키스탄)에 불과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화천군은 이달 말까지 실·과·소의 가용인원을 영농현장에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연인원 300여명을 동원해 외국인 노동자를 받지 못한 농가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읍·면별로 ‘농촌 일손 돕기 상황실’도 운영하기로 했다.
화천뿐 아니라 정선 등 대부분의 자치단체들도 공무원을 영농지원 활동에 잇따라 투입하고 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계절노동자 입국이 늦어지고 있는 데다 인건비도 상승해 농가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농민들이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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