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료비 연동제' 유보권 발동..3분기 전기요금 '동결'
정부 "가파른 물가 상승 고려"..1분기 미조정액 손실 보전에 활용
업계, 대선 앞 4분기도 인상 '부정적'..한전만 실적 부진 떠안을 듯
[경향신문]
정부와 한국전력이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되는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하기로 21일 결정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연료비 증가분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했지만,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물가 등을 고려해 정부가 인상을 유보한 것이다. 지난 2분기에 이어 또다시 전기요금을 인위적으로 묶어두면서 연료비에 따라 탄력적으로 요금을 책정하도록 한 원가연계형 요금제(연료비 연동제)의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은 올해 3분기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를 지난 1, 2분기와 동일한 kWh당 -3.0원으로 하기로 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올해 초부터 실시 중인 연료비 연동제에서 전기요금은 최근 3개월 실제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실적연료비)가 기준 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보다 적을 경우 ‘마이너스’, 많을 경우 ‘플러스’의 조정단가를 적용해 최종 결정한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 3~5월 액화천연가스(LNG), 유연탄, 유류 등 전기 생산에 들어간 연료비 가격이 상승하면서 총 실적연료비는 전 분기 ㎏당 288.07원에서 299.38원으로 3.9% 올랐다. 이를 고스란히 반영할 경우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1.7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급격한 요금 변동을 막기 위해 설정한 분기별 최대 인상·인하폭인 ±3원을 적용하면 조정단가는 전 분기 대비 3원 오른 0원이 되어야 한다. 4인 가구 월평균 전력 사용량(350kWh) 기준으로는 월 1050원가량 요금이 인상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유보권’을 발동해 전기요금을 전 분기와 동일한 수준으로 동결했다고 한전에 통보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코로나19 장기화와 2분기 이후 높은 물가 상승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 안정을 도모할 필요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1분기 요금 결정 당시 미조정액을 손실 보전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동결 배경으로 꼽았다. 1분기 요금 결정 당시 국제유가 하락분이 정확히 반영됐다면 kWh당 -10.5원의 조정단가를 적용해야 했지만, ‘±3원’이라는 하한선으로 인해 더 내리지 못했던 만큼 요금 인상 요인에 대응할 여력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 여력이 소진되는 4분기의 전기요금 결정에 쏠린다. 전기 생산에 필요한 연료비의 상승 압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확대되면서 여객과 화물 운송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이는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한전에 3분기 요금 인상 유보를 통보하면서 “하반기에도 현재와 같이 높은 연료비 수준이 유지되거나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단가에 반영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 추세가 유지될 경우 4분기에는 전기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예고’를 한 셈인데, 업계에서는 요금 인상 가능성에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공물가 인상의 기폭제가 될 전기요금 인상을 밀어붙이기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생겨나는 비용 문제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리는 정치 공세의 빌미를 정부가 쉽게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료비 추가 부담에도 요금을 올리지 못하게 된 한전으로서는 실적 부진을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한전 주가는 전일 대비 6.88% 하락한 2만50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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