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궤적]<10·끝>무형자산 가치의 극대화

길재식 2021. 6. 2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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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기고를 마치면서 마지막 글로 무형자산에 대해 말하고 싶다. 누구나 앞으로 유형자산보다 무형자산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미래 성장 산업일수록 인재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과 기술 선도력, 기업문화 등이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다. 또 이러한 차별화를 만들고 격차를 유지하는 것조차 사람의 힘에 의존한다.

심지어 대규모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와 기반 인프라를 가지고 나서야 시작할 수 있는 유형자산 위주의 산업 분야에서도 각종 개선, 경영자 비전 설정 등이 경쟁에서 이기고 사업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차별화 요소가 되는 등 무형자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보자. 똑똑한 학생들은 자격증을 따거나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의사, 법조인, 공무원 등의 직업을 희망한다. 해당 직업 종사자는 직업 안정성이 있으면서 비교적 큰돈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러한 길로 젊은이들을 이끈다.

한편으로는 흔히들 더 큰 돈을 벌고 싶으면 사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 이 분야 전문가가 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야기는 듣기 어렵다.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인 미국에서는 성공한 직장인이 백만장자는 물론이고 억만장자가 되는 일도 흔하게 일어난다.

비교적 격차가 적다는 서유럽의 선진국에서도,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지역에서도 성공한 직장인이 큰 부자가 되는 일은 흔하게 발생한다. 게다가 이들은 소득이 투명하고 조세회피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세금도 많이 낸다.

요즘 국내 현실을 보자. 사업가나 자영업자같이 사업 소득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 말고는 본업에 충실하고 실력을 발전시켜서 그 업에서 성공하기를 꿈꾸는 자는 많지 않다.

적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적게 일하고 가능한 한 개인의 자유시간을 많이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퇴근해 재테크를 위한 학습과 실전 활용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소득 대비 턱없이 높은 주거비용과 답이 없는 노후 대비 등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각자도생의 노력을 비난만 하기도 어렵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취업에 성공해도, 치열한 노력 끝에 승진해도 생활 여건이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대다수가 알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 직장인에게 불리한 세금제도와 기업별로 성과에 대한 차별화 보상보다는 연공서열, 사내복지 등으로 짜인 보상제도로 인해 업무에 몰두하면서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많은 직장인이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자기 계발에 투자하기보다 부동산·주식·가상화폐에 투자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현실을 비난할 수도 없다. 한국처럼 직장인 몇 명이 모이면 아파트·주식·가상화폐 등의 가격 추이를 논하고, 재테크가 전 국민의 스포츠가 된 나라는 흔하지 않다.

자기 분야에서 최상위 성과를 일궈 냈을 때 어마어마하게 큰 보상을 해 주면 안 될까? 전문가들에게 부자가 되고 싶다는 야성적 충동을 일깨워 주자.

반도체 회사에서 전문가가 자기 일에 혼신을 바쳐야 세계 최고의 반도체가 만들어지고, 소프트웨어(SW) 개발자가 최선을 다해야 최고의 인터넷 서비스나 게임이 개발된다.

각종 연기금이나 금융회사 투자전문가가 높은 수익률에 대한 보상으로 크게 부유해질 수 있다면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이러한 각 분야 이른바 자격증 없는 전문가들이 최선을 다해야만, 우리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세계적인 게임과 인터넷 서비스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연기금이나 퇴직연금에 가입한 일반인은 재테크에 시간을 따로 들이지 않아도 자산가치를 증식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체로 건전한 사람들은 끊어진 계층 성장 사다리의 회복, 학벌이나 출신보다 능력 위주로 성공하는 사회, 기득권이 없는 세상, 상속자든 전문경영인이든 능력 있는 경영자가 기업을 경영하는 풍토, 전문가가 대접받는 사회 등을 바란다. 사회나 기업에서 큰 성과를 낸 사람에게 큰 보상을 쥐어 주는 풍토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누가 자기 일에 집중하고 전문가가 돼 결과를 내고, 어떻게 사람들이 계층 성장 사다리를 올라갈 기회를 가지겠는가.

스토리텔링, 음악, 영상 등의 콘텐츠나 첨단기술과 같은 지식재산권, 또는 브랜드 가치와 같은 것만이 무형자산이 아니다. 각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능력치 총량이 무형자산 총량이다. 사회적으로 무형자산 총량을 늘릴 수 있도록 법규와 제도의 틀을 잘 마련하고, 기업들은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결국 기회는 균등하게 주되 노력과 성과에 대한 보상은 철저하게 차별화해야 사람들의 노력을 통한 무형자산의 가치가 극대화된다. 무형자산의 가치가 큰 사회, 이것이 우리가 지향할 이상향이 돼야 하지 않을까.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 alex.kim@hana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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