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마케팅용 코인 팔아 수익 의심"vs "허위사실 민형사상 책임" 코인 상폐 점입가경

이태규 기자 2021. 6. 2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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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공지 안된 코인 물량 증가" 피카 퇴출 결정하자
피카 측 "로드맵 따른 물량 증가로 모두 공지"
"업비트, 마케팅 물량으로 수수료 외 수입 올린 의심"
이에 업비트 "허위사실 유포 민형사상 대응"
거래소, 살아남기 위해 상폐 가속화 전망..퀴즈톡, 픽셀 등 소송 채비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 내 코인 시세 전광판 모습. /연합뉴스
[서울경제]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일일 거래액 기준) 업비트의 지난 11일 코인 ‘기습’ 상장폐지의 후폭풍이 거세다. 상장폐지된 코인 개발사는 충분한 소명에도 일방적 조치를 당했다며 소송전을 예고하고, 업비트가 마케팅용으로 제공한 코인을 팔아 별도 수입을 올린 정황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러자 업비트도 허위사실 유포로 민형사상 대응을 하겠다며 반격했다. 상장폐지를 당한 다른 코인 개발사도 소송을 준비 중이고, 향후 거래소의 암호화폐 퇴출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1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와 코인 ‘피카’ 개발사인 피카프로젝트는 매일 공개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발단은 업비트가 무더기 투자유의종목 지정을 단행한 지난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업비트는 25종의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하며 비트코인마켓에 상장된 피카(PICA)도 포함시켰다.

그러자 피카 측은 반발했다. 유의지정 직전까지 업비트로부터 어떤 사전 예고도 받지 못했고, 지정 당일 저녁에야 △로드맵 달성 여부 △사업 성과 △국내외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대응방안 등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피카 측은 17일 공지에서 “블록체인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고 금융기관에 오래 종사한 사람에게 규제대응 방안을 검토받아 철저한 소명자료를 제출했지만 업비트는 16일 오후 11시 29분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 통보 메일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유의지정에 따른 시세변동으로 피해를 본 사례를 제출해주면 소송에 포함하겠다”고 투자자에게 안내했다.

실제 업비트는 18일 오후 피카를 포람한 24개의 코인에 대한 상장폐지를 확정했다. 피카에 대해서는 “이상거래 감지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유통 및 시장 매도 등이 확인된 바 있다”며 “이에 대한 소명 과정을 진행했지만 업비트의 강화된 판단 기준에 의거, 해당 행위는 회복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로 최종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자 피카는 다음날 “비정상적 방식으로 물량을 유통시킨 적은 절대 없다”며 “모든 물량은 로드맵에 맞게 늘렸고, 늘리기 전 명확히 공시·공지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유통물량이 문제였다면 유의종목 지정과 소명요청 때 유의물량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어야 하지만 그런 요구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업비트가 마케팅 물량으로 피카 500만개를 받아갔고, 이 중 10%도 마케팅 물량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업비트 트랙잭션을 보면 거래소의 홀더들의 매매를 위한 콜드월렛에 보관한 것을 확인했다. 업비트가 고점에 매도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고 증거를 찾아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코인 발행사는 거래 흥행을 위해 거래소에게 마케팅용 코인을 제공하고, 거래소는 추첨을 통해 이를 투자자에게 나눠주는 ‘에어드롭’ 이벤트를 한다. 업비트가 500만개의 피카를 받아가 일부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매각해 업비트의 수익을 창출하려 했으며, 문제가 공론화되자 나머지 물량을 되돌려주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그러자 업비트는 21일 새벽 3시 20분 장문의 공지를 통해 “마케팅 대행 목적으로 받은 디지털 자산을 피카와 협의 내용에 따라 이벤트 대상자에게 일부 지급했고 남은 것은 협약 계약서에 따라 콜드월렛에 보관해 왔으며 이를 피카 측과 협의 없이 일체 무단으로 사용 또는 매매한 바 없다”며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에 민형사상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또 업비트는 “피카 측은 이더리움 체인 상 거래지원 심사 당시에 제출한 최초 유통 계획의 2.7배에 달하는 디지털 자산을 유통했고 (당시 시가 기준으로 약 350억 원)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 상 최초 유통 계획과 달리 5억 개의 피카를 기존 공지한 락업 해제 후 발행하고, 유통시킨 사실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피카는 오전 7시에 곧장 반박자료를 내고 유통물량 변동 내역을 모두 공시·공지했고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무법인의 의견서도 갈무리해 공개한 상황이다.

이 같은 이전투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거래소들이 살아남기 위해 코인을 무더기로 상장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는 지난 18일 24종의 암호화폐 상장폐지를 공지했고 국내 2위 거래소 빗썸도 지난 17일 애터니티(AE), 오로라(AOA), 드래곤베인(DVC), 디브이피(DVP) 등 코인 4개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확인서를 보유한 코인원은 물론 업비트와 빗썸에서도 추가 상장폐지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다른 중소거래소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소송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역시 18일 업비트 원화시장에서 퇴출된 퀴즈톡, 픽셀은 투자자 피해액을 집계해 소송을 낼 방침이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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