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새 주인은 건설업체 '성정'.."해고자 복직..항공기 20여대 띄울 것"

고영득 기자 2021. 6. 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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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본계약..내달 회생안 제출
항공기 리스 계약·AOC 취득 등
올 10~11월 운항 재개까지 먼 길
형남순 "5년 내 반석에 올릴 것 "

[경향신문]

파산 직전까지 갔던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이 매각 추진 2년 만에 종합건설업체 (주)성정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는 형남순 성정 회장(64·사진)은 해고자 복직을 약속하면서 항공기 20여대를 운영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성정은 최근 이스타항공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는 공문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확정됐다. 이스타항공은 이르면 이달 말 성정과 본계약을 체결하고, 다음달 20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본입찰에는 쌍방울그룹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쌍방울은 성정보다 100억원 많은 인수가를 적어냈다. 하지만 ‘스토킹 호스’ 방식에 따라 사전에 이스타항공과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해 우선매수권을 확보한 성정이 쌍방울과 동일한 금액을 제시하면서 이스타항공을 손에 넣게 됐다.

충남 부여에 본사가 있는 성정은 골프장인 백제컨트리클럽과 토목공사업체 대국건설산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매출 규모는 크지 않지만 계열사 대부분 부채가 없어 충청권에서 알짜 기업으로 평가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정은 약 1100억원을 투자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 이 돈은 부채 상환에 쓰인다. 약 700억원은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 공익채권 변제에, 나머지 400억원은 항공기 리스사와 정유사, 카드사 등이 법원에 신고한 회생채권 상환에 활용된다.

이스타항공이 부채를 털고 일어선다 하더라도 운항 재개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항공기 리스 계약과 국토교통부 항공운항증명(AOC) 취득, 조종사 교육 등에만 1500억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관계사 매출을 합해도 400억원대에 불과한 성정의 자금력에 의문을 표시한다. 형 회장은 부동산 등 자산만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형 회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부채 상환 후 운영 자금이 부담됐다면 처음부터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형 회장은 “이스타항공 설립 때부터 항공업에 관심 있었으나 당시엔 자금이 부족했고, 지금은 외부 도움 없이 3000억원 정도는 조달할 수 있다”며 “이스타항공을 정상화시킨 후 회사 규모를 키우게 된다면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경영난을 이유로 605명을 정리해고했다. 노조 측은 이들의 조속한 복직을 요구한다. 형 회장은 “운항이 재개되면 복직은 자연스레 이뤄질 것”이라며 “화물운송기 3~4대를 포함해 20여대의 항공기를 운영할 계획인데 그러려면 1000~130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오는 10~11월에는 항공기를 띄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 등 신생 LCC까지 등장해 업계가 포화상태인 데다 국제선 여객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려면 적어도 2년은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형 회장은 “코로나19 같은 악재만 (다시) 없다면 5년 안에 이스타항공을 반석에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직 무소속 의원이 2007년 10월 전북 군산을 본점으로 설립한 이스타항공은 심각한 경영난으로 2019년 매물로 나왔다. 지난해 제주항공 인수가 무산되면서 이스타항공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올해 2월부터 기업회생절차를 밟아왔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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