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은 혁신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까

양미영 2021. 6. 2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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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금융] <인뱅 전쟁 2막②>
격전지 중금리 놓고 CSS 싸움 격화
상장 앞둔 카뱅에 대한 기대와 우려

직장인 A씨는 올해 초 코인에 투자하려고 케이뱅크에 가입했다가 그대로 안착했다. 케이뱅크 애플리케이션을 써보니 평소 쓰던 은행 앱보다 훨씬 간편했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웬만한 은행 업무들은 케이뱅크 앱에서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9년부터 제휴 증권사의 주식계좌 개설 서비스를 하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계카카오뱅크가 유치한 제휴 증권사 계좌수는 400만 계좌를 넘어섰다. 웬만한 대형 증권사의 자체적인 신규 계좌 모집 규모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카카오뱅크 사용자들이 입출금 계좌를 만들 때 입력했던 정보를 바탕으로 빠르게 주식계좌 개설을 지원할 수 있었다.  

/그래픽=아이클릭아트

최근 4년간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들이 걷지 않은 길을 걸었고, 소비자들도 새로운 금융 신세계를 맛보고 있다. 단순히 전통 금융의 경쟁상대에만 그치지 않고, 금융업 전반에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음도 분명하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고객 확보 등을 통해 자리를 잡는데 주력하면서 본연의 역할인 혁신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과 함께 열리고 있는 인터넷은행 경쟁 시즌 2가 주목받는 이유다.

당장 인터넷은행들의 격전지는 중저신용자 대출 시장으로 요약된다. 정부 정책과 맞물려 인터넷은행 3개사의 주력 분야도 중금리 대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인터넷은행 설립 당시 중저신용자 신용공급 확대를 취지로 내세웠지만, 그간 금융 편의성 제고 측면과 달리 미흡해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케이뱅크의 경우 여신 공급이 크게 늘지 못했고 카카오뱅크도 고신용자 중심으로 대출이 급성장했다. 

최근 중금리 대출에 대한 고삐를 죈 것도 이 때문으로 인터넷은행들도 개선 계획을 마련하고 부랴부랴 실행에 나섰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을 내세워 중금리 대출 확대에 나섰다. 케이뱅크 역시 중금리 대출 확대에 주력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정부가 정해준 목표대로 2023년 말까지 30%대로 중저신용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케이뱅도 32%를 목표로 설정했다. 토스뱅크는 영업 첫해부터 30% 이상이 공격적인 목표를 내걸었다. 

특히 정부는 관리감독 강화 차원에서 이행 현황 비교 공시와 함께 토스뱅크 인가 시에도 이를 중점 심사 대상으로 삼았다. 기업공개(IPO) 시에도 중금리 확대 현황을 투자자에 공시하도록 했는데, 이르면 7월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가 첫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카카오뱅크의 상장 심사 서류에 이 계획을 명확하게 기재하도록 했고, 향후 증권신고서에서도 이를 공시하도록 했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초 신 신용평가시스템(CSS)을 통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겠다고 밝혔고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9일부터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한 후 신용점수 820점 이하 고객에게 제공하는 대출 공급량이 2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8월에는 중신용고객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어서 하반기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인터넷은행들은 금융거래가 없는 신 파일러(Thin Filer)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 역시 강화할 예정에 있어 하반기 중저신용 대출 시장 전반이 크게 팽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업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특히 뒤늦은 중금리 대출 확대 움직임을 볼 때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제대로 혁신을 해왔는지 또 향후 혁신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한다. 카카오뱅크가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폭풍 성장력을 증명하긴 했지만 고신용자 대출 위주로 커온 데다 향후 차별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가파른 신용대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지난해 이후 침투율은 확연히 둔화했다"면서 "대출시장은 금리와 한도를 제외할 경우 상품 차별화가 어려워 플랫폼 경쟁력만으로는 시장의 한계가 뒤따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중금리 대출 비중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 마진이 높아질 수 있지만 그만큼 건전성 악화 위험이라는 반대급부에 노출될 수 있다. 그러면 신용대출 시장에서 헤게모니를 상당부분 잃을 수도 있다. 출범 초 기대했던 금융권 내 파괴적 혁신은 없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키움증권도 "중금리 시장은 지난해 말 현재 14조원으로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해서는 추가 인력 등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는 고비용 구조"라며 "중금리 대출 확대가 인터넷전문은행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로서는 중금리 대출 확대 이전에 고신용자 대출을 통해 건전한 자금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먼저 앞서가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성공 여부가 나머지 후발주자들에게도 중요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의 혁신 행보를 계속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미영 (flounder@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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