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사상 첫 파업 현실화

노조 간부 6명 천막농성 돌입
이재용 부회장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첫 파업
양측 대화 여지 남겨 향후 협상 가능성도

전상민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수석부위원장이 21일 충남 삼성디스플레이 아산2캠퍼스에서 간부 중심 선제적 파업을 시작하며 쟁의 계획 등을 설명한 뒤 손을 쥐어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임금협상이 결렬된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21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식적인 파업을 단행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첫번째 계열사 파업이며 삼성그룹으로는 2019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파업 이후 역대 두번째다. 노조는 간부 6명의 파업으로 쟁의 행위를 시작해 회사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단계별로 점차 파업 수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직원 대다수가 참여한 총파업이 아닌 만큼 현재는 공장 가동중단 우려가 없지만 이번 쟁의 행위 자체가 그룹 계열사 및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이날 충남 아산2캠퍼스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전상민 쟁의대책위원장을 포함한 노조 임원 6명은 이날부터 캠퍼스 내에 천막을 치고, 제한적 형태의 선제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노사는 지난 2~4월 임금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6.8% 인상과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노사협의회와 기본급 4.5%에다 업무성과급을 더해 평균 7%의 인상을 결정한 만큼 더 이상의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조합원 실태조사를 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6.8%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고, 이후 회사의 경영자료를 바탕으로 적정요구율을 재산출할 계획이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관련 자료의 제공은 절망적인 수준이다. 회사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당한 교섭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우선 6명이 파업을 진행한 뒤 단계별로 쟁의 수위를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파업 기간, 참가인원 등 세부일정을 세우지는 않았고 임금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쟁의 행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양측이 협상을 위한 대화 의지가 높은 만큼 총파업으로 인한 공장 가동중단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태도에 따라 쟁의 행위 강도를 높여갈 것"이라면서도 "사측이 새로운 임금협상안을 가지고 온다면 재교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측도 "회사는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있으며 노조 측이 응할 경우 언제라도 대화와 교섭을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지난해 2월 한국노총 산하로 출범했다. 조합원은 2400여명으로 전체 직원의 10% 가량이다.

한편 지난 14일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노사협의회 위원 선거에서 노조 측의 후보가 전체 19곳의 지역구 중 11곳에서 당선됐다. 과반을 웃도는 노사협 지역구를 노조가 장악하면서 향후 노조의 협상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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