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1채는 안내고, 저가 2채는 내고..'확산' 종부세 논란

황현규 2021. 6. 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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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을 기존 9억원에서 상위 2%로 축소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거세다.

종부세 납부 대상자를 공시가 9억원 초과(1주택자)에서 상위 2%로 줄이는 게 골자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도 "오히려 이번 세제 혜택은 1가구 1주택자에 한해서 적용되고 여전히 다주택자의 경우 강화된 종부세가 적용된다"면서 "다주택자 세금 부담은 전월세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임대차 가격이 오르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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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상위 2%에게만 종부세 부과
공시가 11억·시세 15억원 수준
다주택자는 공시가 6억 넘으면 종부세
"집값 안정 어디에"..무주택자 반발도 변수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경기도에 저가 아파트 한 채와 낡은 단독 주택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 두 채 합해서 공시가격 6억원 초반이다. 내가 공시가 10억원이 넘는 서울 아파트 소유자보다 더 부자인가?” (온라인 커뮤니티)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을 기존 9억원에서 상위 2%로 축소하면서 형평성 논란이 거세다. 여전히 다주택자들의 종부세 기준은 6억원이어서다. 저가 주택 두 채를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들은 “고가 아파트 한 채로 이사하라는 게 정부의 지침이냐”는 불만도 나온다. 심지어 지방의 경우 처분을 원해도 제때 팔리지 않는 빌라·단독주택이 많아 다주택자들의 불만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무주택자들까지 종부세 완화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어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 용산, 마포 아파트
지방 다주택자 “우리가 강남 아파트 주민보다 부자냐”

지난 18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종부세를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공시가 상위 2%로 제한해 부과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종부세 납부 대상자를 공시가 9억원 초과(1주택자)에서 상위 2%로 줄이는 게 골자다. 상위 2%는 대략 공시가 11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시세로 따지면 15억원 수준(현실화율 70% 적용)이다.

다만 정부가 종부세 대상자를 1주택자로 한정하면서 다주택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다주택자는 여전히 공시가 합산 6억원만 넘으면 종부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초고가 주택이 아니라도 저가 주택 2채만 가지고 있어도 종부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저가 주택이 몰려 있는 지방 다주택자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서울 아파트 1주택자보다 부자냐”며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한다. 빌라나 단독주택을 가지고 있는 경우엔 더 난감하다. 해당 집을 처분하고 싶어도 쉽게 거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공시가 4억원 가량의 아파트와 2억원이 조금 넘는 작은 단독 주택을 가지고 있다”며 “주택은 내놔도 팔리지 않는데 공시가격만 올라 종부세를 내게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과 달리 지방의 빌라와 단독 주택 등의 거래가 쉽지 않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충북 주택 매매 4917건 중 아파트 매매건수는 3617건에 달했지만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은 921건, 90건에 그쳤다. 강원 지역의 사정도 비슷하다. 4월 5192건의 주택 거래량 중 단독주택과 다가구 주택 매매건수는 974건, 95건에 불과했다. 반면 서울은 같은 달 주택 매매 2만 2519건 중 절반인 1만1790을 제외하고 나머지가 단독·다가구·다세대 주택 매매였다.

(사진=뉴시스 제공)
다주택자 세금 전가 우려…與의원 “무주택자 전월세도 깎자”

특히 다주택자들의 종부세 부담이 이어지면서 집주인들이 세금부담을 전월세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도 “오히려 이번 세제 혜택은 1가구 1주택자에 한해서 적용되고 여전히 다주택자의 경우 강화된 종부세가 적용된다”면서 “다주택자 세금 부담은 전월세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임대차 가격이 오르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종부세 완화로 집값 안정까지 어려워지면서 무주택자들의 반발 조짐도 나타난다. 자신을 무주택자라고 밝힌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집이 있는 사람들의 세금을 왜 줄여주는 지 이해가 않는다”며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여당 내부에서도 종부세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무주택자 지원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대권주자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은 집값을 잡으라고 하는데, (당 내에선)종부세만 잡으려 한다는 생각에 반대했지만, 막지 못했다”며 “기왕 집 있는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깎아주기로 했다면 집 없는 서민들의 월세·전세 부담도 깎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조세반발은 줄어들 수 있지만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완화가 집값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집값이 내려가지 않으면 무주택자들의 고통과 불만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현규 (hhkyu@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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